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유준상·문소리·오만석 등 스타 21명 출동, 연극판 ‘어벤져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란작가 ‘낫심’ 즉흥극 만원사례

21회 공연에 배우마다 다른 무대

그날그날 대본 받아 연기 파격

중앙일보

연극 ‘낫심’. 배우 이석준이 스크린에 비친 대본을 보며 즉흥 연기를 하고 있다. [사진 두산아트센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권해효·유준상·전석호·고수희·문소리·진선규·이자람·한예리·박해수·오만석…. 연기력으로 정평난 배우들이 한 작품의 출연진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런 ‘어벤져스’급 캐스팅을 실현한 작품은 10일부터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낫심’이다. 오는 29일까지 21명의 배우가 총 21회 공연에 한 사람씩 출연한다.

‘낫심’은 독특한 형식의 즉흥극이다. 배우는 무대에 올라가서야 비로소 대본을 본다. 그리고 456쪽으로 이뤄진 대본을 한 장씩 읽어가며 80분 동안 연기를 펼친다. 배우가 보는 대본은 무대 위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도 보인다. 공연 중 배우의 실수를 관객들이 바로잡아주는 일도 종종 있다. 배우로선 긴장되고 당황스러울 법하다. 하지만 새로운 형식에 대한 호기심에 끌려 정상급 배우들이 흔쾌히 출연 승낙을 했다. 화려한 출연진 덕에 ‘낫심’은 지난달 티켓 오픈 2분 만에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연극 ‘낫심’은 이란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37)의 최신작이다. 지난해 7월 영국 런던에서 초연한 뒤 8월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해 ‘프린지 퍼스트 2017’을 수상했다. 이후 독일·호주·페루 등에서 공연했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 무대에 올랐다. ‘낫심’ 공연을 기획한 남윤일 두산아트센터 프로듀서는 “지난해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이 작품을 처음 봤다. 기획 프로그램 ‘두산인문극장’의 올해 주제인 ‘이타주의자’에 딱 맞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낫심’은 낯선 언어로 낯선 이들에게 말을 거는 과정, 즉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을 보여준다”며 “작품의 실험성·도전성에 대해 열려있는 마음과 낯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춘 배우들에게 출연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제목부터 작가 이름을 딴 ‘낫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 중심인 작품이다. 배우는 작가의 지시사항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대본을 보는 즉시 연기를 해야 하니 이의를 제기하거나 자신의 색깔을 더할 틈이 없다. 공연은 작가가 만들어놓은 규칙에 따라 흘러간다. ‘배우의 예술’이라는 연극을 ‘작가의 예술’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낫심’은 배우와 관객이 함께 이란어를 배우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극의 스토리라는 게 딱히 없는데도 공연을 마친 뒤엔 엄마·집·고향 등의 정서를 공유하게 된다. 지난 18일 무대에 섰던 진선규 배우는 “작가의 집에 초대받아 갔다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배선애 연극평론가도 “작가의 아이디어와 배우 한 명의 연기 등 최소한의 연극 요소를 활용해 ‘낯설다’고 경계 짓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평했다.

이란 태생인 작가 술리만푸어는 군 복무를 거부해 출국 금지를 당한 상태에서 쓴 1인극 ‘하얀토끼 빨간토끼’(2010)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해외 투어를 갈 수 없었던 그가 리허설이 필요없는 즉흥극으로 대본을 완성해 세계 각국에 보냈고, 2011년 에딘버러 페스티벌과 토론토 서머위크 페스티벌에서 공연되면서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이후 ‘하얀토끼 빨간토끼’는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세계 30여개 나라에서 공연됐다. 한국 공연은 지난해 9월 이뤄졌다. 손숙·이호재·예수정·하성광·김소희·손상규 등 당시 출연진도 화려하다.

2013년 한쪽 눈이 거의 실명됐다는 진단을 받아 병역 의무에서 벗어난 술리만푸어는 2015년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살고 있다. 이번 작품 ‘낫심’에서는 그도 매회 공연 2막부터 무대에 올라와 배우와 함께 연기를 펼친다. 그는 즉흥극의 가장 큰 매력으로 “진짜라는 것”을 꼽으며 “즉흥은 배우·관객·작가를 같은 시간에 머물게 한다”고 했다. 또 “즉흥극에 출연하는 배우는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기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깨닫게 하고 우리를 하나로 이어준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