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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 위헌 국민투표법조차 정쟁 제물로 만든 삼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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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가 결국 무산됐다. 국회가 위헌 국민투표법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개정시한인 그제까지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6월 개헌 또한 지난 대선에서 여야 모두가 국민에게 약속한 사안이다. 국민 권리를 박탈한 명백한 국회 직무유기이자 대국민 약속 파기다.

국민투표법은 재외국민의 투표를 막고 있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가 2014년 7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2016년 1월부로 효력을 잃고 위헌 법률로 2년 넘게 방치돼 있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가 아니라더라도 진작에 손질했어야 했다. ‘위헌’ 딱지가 붙은 법을 나 몰라라 하는 배짱을 국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법을 만드는 국회가 고유 권한인 입법을 포기하고 법을 위반하는 것은 스스로 국회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짓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지방선거 동시 개헌 약속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넘기는 것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위헌 법률이 된 국민투표법을 3년 넘게 방치하고 있는 것도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공동대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작년 대선 때 앞다퉈 6월 개헌을 약속했다. 그래놓고도 여야는 개헌안을 놓고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하지 않았다. 권력구조 개편 등을 둘러싸고 정쟁만 벌이다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 야당의 잘못이 크다. 사사건건 개헌 추진의 발목을 잡았고 국민투표법 개정에도 정략적으로만 접근했다. 정부 여당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야당 반발을 무릅쓰고 다분히 논쟁적인 청와대발 개헌안을 꺼내 들고 국민 여론에 기대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일을 그르쳤다.

4월 국회가 정치 싸움에 올스톱 상태다. 정략만 있고 정치는 없는 무능 정치에 신물이 난다. 입으로만 민생을 떠들고 국민을 무시하는 구태 정치를 되풀이하면서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를 기반으로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국회 권한을 강화하는 개헌안을 흔들고 있다. 정말 낯부끄러운 삼류 정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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