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비용에 인력도 못구해… 압박 받는 사업장
근로자도 초과근무 수당 없어… 생활고 우려
정부, 근로시간 단축 파장에 구체적 대책 없어
뿌리산업 근간 흔들리면 전산업 악영향 불가피
아시아투데이 최원영 기자(세종) = 최저임금 급등에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국내 뿌리산업이 이번엔 7월부터 시행되는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폭탄’을 만났다. 현장에선 노사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제야 부랴부랴 실태 파악에 들어가는 등 늑장 대응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6대 뿌리산업 종사자 월 평균 급여액은 242만원이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전산업 근로자 평균 월급여 402만원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뿌리산업 종사자 급여를 채워주고 있는 건 초과근무 수당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들 뿌리산업 사업장의 경우 평균 52.2%가 주말근무를, 46.2%가 야간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엔 71.1%가 주말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7월부터 법정근로 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의무화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현재 68시간 법정근로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생활자금을 벌어가고 있는 이들이 법적으로 이를 제한 받게 되면서 근로자들은 평균 임금이 약 10~15%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한 대형 주물업체 관계자는 “초과근무로 생활임금을 올리고 있었지만 이젠 오히려 낮아지게 됐다. 정부는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 협력업체나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속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사업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인 법안 추진으로 발생하는 부작용도 만만찮다. 비용도 비용이고, 3D(더럽고·어렵고·위험한) 사양 업종이기 때문에 필요한 인력을 확충하는 것도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창원마천지방산업단지내 한 주물업체 노조 지회장은 “쇠를 녹이는 용광로가 돌아가다보니 24시간 풀로 사업장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52시간 근로가 시행되려면 3교대를 해야 하는데 사업장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을 비롯해 여건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회장은 “사람이 얼마나 구하기 어려우면 대기업 55세 정년 퇴직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불러오고 있다. 게시판에는 인력을 소개해서 3개월 이상 근무하면 30만원 포상금을 주겠다는 내용까지 게시됐다”고 설명했다.
뿌리산업은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최소 1년은 교육 받아야 현장에 투입 가능하고, 공정별로 세부 업무가 나뉘어 있어서 대체 투입도 쉽지 않은 게 현실. 결국 사업장은 비효율적인 주 2교대까지 고려하고 있다. 근로시간을 쪼개어 2~3시간의 휴식 시간을 부여한 후, 쇳물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재투입하는 방법이다. 근로자는 2~3시간 휴식 아닌 휴식을 하게 되고 사업장으로서도 비효율적인 생산구조를 갖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비는 미흡한 상태다. 정부 한 관계자는 “7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 관련해 뿌리산업 쪽 경영현황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조만간 각종 건의 사항 등을 반영해 대책을 세울 때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장 300인 이상 사업장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됨에도 아직 현황 파악 조차 못했다는 설명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관계자는 “최근 정부 관계자와 만났는데, 정부도 관련해 매뉴얼을 준비한 게 없다고 했다. 입법처리부터 되고 나서부터 부랴부랴 각 부처가 준비에 나서니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던 주물업계는 최근 납품단가 인상을 놓고 고객사들과의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미인상시 ‘생산중단’까지 결의 했고 결국 일부 관철시키는 데 성공했다. 전기·전자업계는 인상에 합의했고, 자동차 업계 역시 막바지 조율 중이다. 조선업 등에선 아직 협상이 미진한 상태다.
이는 곧 전체 물가 인상과 수출 가격경쟁력 약화 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소위 한국산업 발전의 토대라 불리는 6대 뿌리산업은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열처리 등을 말한다. 나무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최종 제품에 내재돼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형성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생산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 1대 생산시 뿌리기술 관련 부품은 전체의 9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외면해 뿌리산업이 흔들린다면 결국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여파가 더 심화되기 전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적용 등 현실적인 대책 지원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