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훈 경제산업부 기자 |
아시아투데이 김병훈 기자 = 한국지엠 사태가 결국 ‘시계(視界) 제로’ 국면에 접어들었다. GM(제너럴모터스) 본사가 정한 자구안 합의 시한을 이미 넘겼음에도 노사가 추가 비용절감안을 놓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이로써 한국지엠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한국지엠 이사회가 법정관리 신청 여부 결정 시점을 23일 오후로 미루면서 극적 타결의 여지는 남겨뒀다. 노사가 법정관리라는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최대한 시간을 벌기로 한 셈이다.
노사는 지난주 세 차례에 걸친 릴레이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가장 큰 쟁점은 군산공장 근로자의 고용 보장이었다. 사측은 군산공장에 남은 680명 직원에 대해 ‘희망퇴직→전환배치→무급휴직’이라는 처우보장안을 제시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노조는 고용을 전제로 한 전환배치와 부평 2공장의 신차배정에 대한 확약 없이는 비용절감안에 합의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파업권을 확보한 노조가 기득권 유지를 고집하면서 한국지엠의 위기는 더욱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한국지엠은 현재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당장 25일과 27일 사무직·생산직 근로자 임금(800억원)과 희망퇴직자 위로금(5000억원) 지급일이 돌아오는 데다 GM 본사의 차입금 만기 채무(1조7100억원)와 협력업체 지급금도 상환해야 한다. 만약 법정관리 결정 이후 실사 과정에서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크다고 판단되면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한국지엠 근로자 1만6000명은 물론 3000곳에 달하는 협력업체 직원 30만명도 연쇄 도산에 따른 실업 공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국지엠 이사회는 23일 자금 추가 투입을 놓고 찬반투표에 돌입한다. 노사가 자구안 마련에 실패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열리면 한국지엠은 파산보호(Bankruptcy Protection), 즉 법정관리를 신청할 공산이 크다. KDB산업은행이 법정관리를 반대하고 있으나 이사진 구성상 단독으로 의결을 막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총 9명의 이사진 중 GM 본사가 선임한 이사는 모두 5명으로 산은이 선임한 사외이사가 어떤 결정을 하던 GM 본사의 입장을 저지할 방어수단 역시 없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의 ‘운명의 날’이 밝았다. 그동안 정부는 대주주 책임·이해관계자 고통분담·장기적인 경영정상화 방안 등 3원칙을 제시하며 막판 극적 타결을 기대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줄곧 노조편향·반기업적 정책을 편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노조 역시 기득권에만 집착하다가 노조원들을 희망퇴직으로 내몬 조선업계 노조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필요가 있다. 노사 양측은 법정관리 여부를 결정지을 마지막 하루 동안 머리를 맞대고 극적인 타결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