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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퍼블릭 詩 IN] 전당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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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갚아야 할 죄 값

빚 때문에 영혼의 반을 팔았다.

오른팔을 올리면 교회 탑 뾰족한

지붕이 서고

왼쪽 눈을 뜨면 私娼街 울음을

핥아내는 입술이 열렸다.

나는 젊음을 담보로 삶을 팔며

술로 살았다.

하나 둘 늘어나는 빈병의 공간 속에

정신적 치유를 위한 고뇌를 담으나

깊어가는 상실은 막을 길 없고…

살기 위해 살찌우는 빚 덤이,

짙은 화장으로 잠이 든 아내,

들락거리는 푼돈은 아내의 취기에

가난만 입힐 뿐

오른쪽 어깨의 통증엔 아무런

보탬이 없다.

뜰 때마다 쌓이는 눈꼽에 가려지던

나날이 무디어지고 낮아지는

십자가의 높이와는 아랑 곳 없이

육신을 쪼고 있는 典當鋪의 팻말은 지금도

부엉이 눈처럼 껌뻑거린다.
서울신문

이희복(대구경북지방병무청 동원관리과 계장)

이희복(대구경북지방병무청 동원관리과 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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