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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사설]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는 北의 핵 동결이 아닌 핵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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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앞으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지금까지 6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던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핵·경제 병진노선’을 버리고 경제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잡은 것이다. 북한의 발표는 비핵화를 향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이 현재 보유중인 핵무기와 ICBM을 어떻게 할지 말하지 않은 것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었고 운반 타격 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실험과 중장거리, ICBM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북부 핵 시험장도 사명을 끝마쳤다”고 선언했다. 이어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다.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라며 “북한은 핵실험과 ICBM 발사를 멈출 것이다. 또한 핵실험 중단 서약을 증명하기 위해 북한 북쪽에 있는 핵 실험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도 북한의 발표를 환영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조치를 비핵화를 향한 좋은 출발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게 있다. 북한 발표가 핵 자체를 포기한다는 게 아니라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중단한다는 선언이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한다고 했다. 하지만 10~20개로 추정되는 기존 핵무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미 완성된 ICBM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핵 위협을 받지 않으면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이를 종합하면 기존의 핵은 가지고 있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은 비핵화는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으로, 북한이 밝힌 대로 핵실험을 중단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기존의 핵무기도 폐기토록 해야 한다. 북한 발표는 핵 포기가 아닌 핵동결로 보인다. 핵 동결은 기존의 핵을 인정하고, 앞으로 핵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런 비핵화는 의미가 없다. 한·미 양국은 이를 분명히 알고, 핵 포기를 정상회담에서 관철시켜야 한다. 핵 실험장 폐기 발표에 흥분해서 핵 동결과 핵 포기를 구별 못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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