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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쩐의 전쟁` 주파수 경매…판돈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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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5세대(5G) 네트워크용 주파수 경매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면서 주파수 대역 확보를 위한 이동통신사들 간 '쩐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특히 전국망 용도 3.5㎓ 대역 가운데 이번에 경매에 부쳐진 총 280㎒의 경우 한 이통사가 가져갈 수 있는 주파수 총량 한도를 정부가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통신사 간 셈법과 판돈 규모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3.5㎓ 대역 이통사의 총량 한도에 대해 100㎒, 110㎒, 120㎒ 등 세 가지 안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 중이며 총량 한도를 최종 결정한 뒤 오는 5월 초 5G 주파수 경매안을 공고할 예정이다.

우선 총량 한도에 대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120㎒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G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차세대 5G시장에서도 1위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을 치르더라도 최대한 넉넉하게 주파수 총량을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이 경우 KT와 LG유플러스가 남은 160㎒를 나눠 가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총량 한도가 120㎒로 되면 이통 3사가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낙찰 금액이 가장 높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사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대역폭을 확보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확보한 대역폭이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통신 속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1단계에서 이통사가 몇 개의 경매 단위(블록)를 가져갈지를 결정하고 2단계에서는 이통 3사 간 주파수 대역 내 위치를 결정하는 경매 방식도 판돈을 키우는 구조다. 3.5㎓ 대역은 경매 단위가 10㎒씩 28개인 만큼 3사가 써낸 경매 단위의 합이 28개가 될 때까지 1단계 경매 라운드가 반복된다. 1라운드에서는 10㎒당 948억원에 판매를 시작하지만,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10㎒당 정해진 금액(입찰증분)이 올라가도록 돼 있어 이통사가 지급하는 금액이 커진다.

예를 들어 입찰증분이 10억원으로 정해지면 라운드가 한 번 반복될 때마다 총 낙찰가가 280억원씩 늘어나는 구조다. 입찰증분이 클수록 라운드마다 증액되는 금액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통신사는 블록을 줄일 수밖에 없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경매 과열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총량 제한인데 거기에 적합한 입찰증분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체 간 120㎒로 총량 한도가 정해질 경우에는 1라운드부터 낙찰이 이뤄질 때까지 SK텔레콤은 120㎒를 확보하기 위해 12개를 계속 써 낼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사별 가입자 수와 5년 후 7배까지 폭증이 예상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고려하면 140㎒ 이상 주파수 폭이 필요하지만 최대 120㎒로 총량이 제한된 만큼 경매에서 최대 폭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 나머지 16개를 두고 KT와 LG유플러스 간 눈치 싸움과 전략이 필요한데,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KT도 10개 이상을 지속적으로 써 낼 분위기다. 어느 지점에서 합의가 이뤄질지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경매 시작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에서 낙찰되리라는 것이 예상 시나리오다.

2011년 첫 주파수 경매 당시 SK텔레콤과 KT가 치열하게 경쟁해 낙찰 가격이 크게 올라갔던 적이 있다. 당시 양사는 1.8㎓ 대역을 차지하기 위해 무려 83라운드에 걸쳐 경쟁했으며, 4450억원에 시작한 주파수 가격은 9950억원까지 상승했다. 결국 SK텔레콤이 1.8㎓ 대역을 가져갔다. 당시에는 동시 오름 입찰 방식으로 진행돼 이번과 경매 방식이 다르지만, 양사 간 자존심 싸움이 이어질 경우 경쟁이 과열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사한 방식으로 지난 3월 3.4㎓ 대역에 대한 경매를 진행한 영국에서는 경매 시작가가 5㎒당 100만파운드(약 15억원)였지만, 최종 낙찰가는 이보다 38배 많은 5㎒당 3800만파운드(약 575억원)였다. 김준섭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영국의 경우 주파수 경매 참여자가 많고 국내 경매 방식처럼 총량 제한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국내 총량 한도의 폭이 클 경우 낙찰 가격이 크게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총량 한도를 110㎒로 할 경우에도 120㎒보다는 덜하겠지만 역시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총량 한도를 110~120㎒로 정하면 60㎒만 가져가는 사업자가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 속도 차는 1Gbps 이상 날 수 있다"고 말했다.

5G 서비스 초기에 가입자 경쟁을 벌일 때 가장 많은 대역폭을 확보한 이통사가 경쟁사보다 빠른 속도를 강조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같은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주파수 경매 단계에서부터 다소 무리하더라도 베팅 금액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100㎒로 한도 총량이 정해질 경우에는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SK텔레콤이 100㎒를 확보하려고 할 것으로 보이지만 KT와 LG유플러스가 10㎒밖에 차이 나지 않는 90㎒씩 나눠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총량 한도를 100㎒로 할 경우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는 매우 불리하겠지만 경매가 과열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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