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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유레카] 노벨상엔 왕도가 없다 / 이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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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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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덕연구단지 엑스포과학공원에서 지난 20일 기초과학연구원(IBS) 본원 개원식이 열려 참석자들이 기념비 제막 행사를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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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서 20일 기초과학연구원(IBS) 본원 개원식이 열렸다. 기초과학 연구의 산실을 표방하며 2011년 설립된 기초과학연은 과학저널 <네이처>가 ‘100대 라이징 스타(떠오르는 별)’ 11위에 선정하고, 연구의 질적 우수성을 측정하는 네이처인덱스 순위에서 출범 당시 500위권에도 못 들던 것이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에는 177위를 기록했다.

지정학적·역사적 유사성으로 종종 비견되는 일본의 이화학연구소(리켄)의 네이처인덱스 순위가 같은 기간 60위 전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괄목할 성장이다. 리켄은 1917년 과학 연구와 대중 확산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가 종합연구소로 일본의 첫번째(1949년)와 두번째(1965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기초과학연이 목적과 목표에 노벨상 수상을 명시적으로 내세우지는 않고 있지만 과학계 안팎에는 노벨상 수상의 노둣돌로 보려는 시선이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연구재단(NRF)이 최근 번역 발간한 일본정책연구대학원대학의 ‘노벨상과 과학기술혁신정책’을 보면 기초과학연에 거는 은근한 기대는 무망할지 모른다. 자료는 노벨과학상 전체 수상자와 일본 수상자 21명을 비교 분석하고, 노벨상 선정위원회 관계자들을 심층 인터뷰하고 나서 “노벨상 수상자 특유의 공통점 또는 ‘황금률’을 알기 어려웠다”고 결론내렸다. 이태 전 방한한 마쓰모토 히로시 리켄 이사장은 “한국이 정말로 노벨상을 받고 싶다면 이를 노리지 말아야 한다”는 역설을 말했다.

정부 개헌안에 ‘기초학문의 장려’라는 문구가 들어간 건 과학기술 혁신을 경제발전 수단으로만 명기한 기존 헌법보다 진일보한 것이지만 ‘학술 활동과 기초연구 장려 의무’ 조항을 제1장 총강에 두자는 과학계의 제안에는 못 미친다. 개헌과 기초과학연이 ‘경제발전과 노벨상의 망령’에서 자유롭기를 희망한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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