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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1명이 누른 `좋아요` 순식간에 7만명으로…여론 조작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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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가짜뉴스가 삼킨 한국 ① ◆

매일경제

네이버 뉴스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이른바 '드루킹'은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과 합동해 뉴스 댓글 조작을 통해 여론을 왜곡했다. 드루킹이 회원들에게 "1번 댓글 '비추(비추천)' 줘서 내려주세요"라고 공지하면 회원들이 가세하고, 드루킹과 공모 세력이 사전에 확보한 네이버 아이디 수백 개를 이용해 댓글을 달고 매크로를 이용해 추천 수를 올리는 방식이었다. 드루킹이 댓글이란 공간을 선점하려 했던 이유는 포털 뉴스에서 가장 많이 공감을 얻은 '베댓(베스트 댓글)'이 대세 여론의 지표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포털에서 기사를 쓱 훑고 나서 곧장 베댓을 보며 '여론이 이렇구나'라고 여긴다. 드루킹은 정치적 목적으로 회원들과 합심해 조직적으로 댓글을 조작했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댓글을 선점하고 여론을 왜곡하려는 시도도 벌어지고 있다. 수백 개 유령 아이디를 확보하면 개인도 댓글을 선점하고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한 광고대행사 대표 이 모씨(37) 등 45명은 네이버 유령 계정 7만여 개로 허위 댓글 광고 서비스를 제공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이 아이디 7만개를 만드는 데 사용한 대포폰은 130여 개. 한 사람이 수만 개 댓글을 달고 공감 혹은 비공감 클릭을 조작해 다수 목소리인 양 탈바꿈시키는 게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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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 달린 사실인 듯 가장한 유언비어나 치우친 의견은 카페나 블로그, SNS에 퍼져 여론 왜곡을 낳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9월 5일 오후 1시 50분 제주도 양돈 농가들이 지하수 원천인 '숨골'에 가축 분뇨 8500여 t을 상습적으로 버렸다는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보도됐다. 총 1003개 댓글 중 기사 게재 5분 만에 달린 '삼다수 성분 조사 필요하다'는 첫 댓글은 순식간에 3058개나 추천을 받았다. 정작 기사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은 삼다수가 그때부터 댓글창은 물론 다양한 플랫폼을 뒤덮기 시작했다. 카페, 블로그, 커뮤니티는 다양한 소문을 재생산하는 기능을 했다. '어쩐지 삼다수에서만 짭짤한 맛이 난다 싶었다'는 근거 없는 증언, '삼다수에 조류인플루엔자(AI)에 걸린 사체 썩은 물도 섞이지 않았을까' 하는 음모론까지 다양했다. SNS는 '확산'이라는 본연의 소임을 다했다. 같은 날 하루 동안 10여 번 트윗된 기사 링크는 각각 많게는 82번까지 리트윗됐다. 삼다수 측은 사태가 일어난 직후 삼다수 품질 인증 결과를 홈페이지에 밝히고 '오염이 발생한 곳은 삼다수 수원지와 멀리 떨어진 곳'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삼다수 똥물론'을 주장하는 댓글은 높은 추천 수를 기록하며 댓글 상단부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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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되는 댓글이 기사 논조마저 바꾸고 새로운 여론을 형성할 정도로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주요 포털들의 댓글 관리 방식이 오히려 댓글의 역기능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털이 댓글 조작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고수하고 있는 '인링크' 방식 때문이다. '인링크'는 이용자가 뉴스 제목을 선택하면 포털 사이트가 마련한 페이지 내에서 뉴스 본문이나 영상을 보는 방식이다. 반면 '아웃링크'는 포털 사이트 밖 해당 뉴스를 제공하는 페이지에서 이용자가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가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포털 관계자는 "매크로, 유령 아이디 등 다양한 댓글 조작 방식에 대해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거나 선플 캠페인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항변했으나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댓글 조작 의혹은 포털들의 자구책이 충분한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특별취재팀 = 이선희 팀장 / 이용건 기자 / 양연호 기자 / 이석희 기자 / 류영욱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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