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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美국채금리 3% 돌파 임박…증시 `검은 2月` 재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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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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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의 3% 돌파가 임박하면서 시장 참가자들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지난 2월 초 임금 인상발 국채금리 급등이 뉴욕증시 급락을 초래한 것처럼 또다시 국채금리발 시장 충격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5bp(1bp=0.01%포인트) 급등한 2.96%에 마감해 '심리적 저항선'인 3%에 불과 0.04%포인트만을 남겨뒀다. 이는 2014년 1월 이후 4년3개월 만의 최고치로 올해 고점이었던 2월 21일의 2.95%도 넘어섰다. 지난 한 주간 국채금리 움직임을 감안할 때 3%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월가 금융기관 고위 관계자는 "3%를 넘어 3% 중반까지 육박할 수 있다"며 "주식에 몰려 있던 돈이 한층 높아진 채권 수익률을 따라 채권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불거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미국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01.95포인트(0.82%) 떨어져 국채금리 급등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했다.

금리 상승은 금융주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기업의 차입비용을 증가시켜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안드레 바코스 뉴바인캐피털 매니저는 "감세 효과가 예상대로 지속할지에 대해 증시 투자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 반면 금리 상승이 기업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는 커졌다"고 말했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미국 증시가 마이너스대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들락 CEO는 "채권금리가 오르는 것은 증시에 적잖은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며 증시는 높은 채권금리를 견디지 못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국채금리를 압박할 재료가 많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유가를 비롯해 알루미늄, 니켈 등 원자재 가격이 심상치 않은 오름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스트럭처(사회기반시설) 투자 등 경기부양책이 물가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수뇌부도 이 점을 의식한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최근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트럼프 감세가 향후 수년간 미국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며 "연준의 예고대로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게 적당하다"고 밝혔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미국 CNBC방송에 출연해 "물가가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오를 것이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상을 전망한다"면서 "고용시장은 완전고용 범위 안에 있고, 계속 견고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에선 미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올릴 수 있다는 해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트럼프노믹스, 연준 기준금리 잇단 인상 외에도 연준이 작년 10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재매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유 채권을 줄이고 있는 점도 국채금리를 자극할 요인이다. 채권 매입 수요가 줄면 채권가격이 떨어지고 금리는 오른다.

아울러 미국 재무부가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수 감소분을 충당하기 위해 신규 국채 발행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점도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운다.

국채금리 상승세에 심리적 브레이크가 없는 건 아니다. 피터 치르 아카데미증권 거시전략 헤드는 블룸버그에 "10년물 기준으로 3.05% 선에서 1차적 저항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3일간의 장기 금리 상승으로 10년물과 2년물 간 금리차가 최근 41bp에서 50bp 수준으로 벌어졌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7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지면서 금리가 역전되면 미국 경기 침체가 조만간 도래한다는 신호로 흔히 해석된다.

월가 금융권 인사는 "10년물과 2년물 간 국채 금리차가 50bp 안쪽으로 좁혀지면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며 "채권 가격이 먼저 꺾이고 미 증시는 올해 말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채권금리가 더 올라갈수록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발행 기업이나 하이일드채권(고위험·고수익채권) 투자자들이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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