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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트럼프 "고유가 용납 못해"…틈만나면 시장에 `구두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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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최근 고유가를 견제하는 발언을 내뱉자 유가가 일시적으로 출렁거렸다. 환율과 통상 문제에 이어 유가에 대한 시장 개입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또 그 짓을 하는 것 같다. (원유로) 가득한 선박들을 포함해 모든 곳의 원유량이 기록적으로 많은데 유가는 인위적으로 너무 높다. 좋지 않다.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는 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유가를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감산 합의를 이룬 데 대한 불만이 배어 있다.

2016년 11월 OPEC와 러시아 등 OPEC 비회원국은 6개월간 하루 18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하고 지난해 1월부터 시행한 데 이어 감산 시한을 올해 3월까지 연장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정기총회를 통해 감산 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재연장했다. 이 같은 감산 효과에 더해 시리아 사태 등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북해산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014년 말 이후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유가 견제 발언이 시장에 전해지자 브렌트유와 WTI가 각각 0.7%의 하락세를 보이며 한때 출렁거렸다. 그의 발언은 OPEC와 러시아가 감산 합의 이행을 점검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회동한 가운데 불거졌다. OPEC 맹주인 사우디는 산유국들의 감산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감산이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점을 피력했다.

칼리드 알 팔리흐 사우디 석유장관은 "(감산) 임무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도 "감산 합의에 동참하고 있는 산유국들은 내년에도 합의를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미국 원유업계도 감산으로 인한 수혜를 보고 있다"며 "우리는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가가 상승 모드를 띠면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이 다시 채굴에 나서면서 해당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띨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유가를 용납할 수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유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 유가는 워낙 많은 변수가 작용해 미 대통령의 구두 견제가 제대로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전략 비축유를 풀거나 사우디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런 시도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WTI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 직후 흔들리다가 소폭 상승 마감해 트럼프 발언의 영향력이 크지 않음을 보여줬다. 사우디는 미국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는 즉각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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