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0 (금)

"함께 천리 가자" 윤회장의 진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지난 19일 한국콜마 여주아카데미에서 윤동한 회장(왼쪽 다섯째)과 강석희 CJ헬스케어 대표(왼쪽 여섯째) 등 양사 경영진이 하나된 기념으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콜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맞이하면서 전통 명문 가문에서 신흥 가문으로 시집온 좀 버거운 며느리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명문가와 신흥 가문 사이에는 문화적 충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풀어가는가 하는 것이 가장 큰 고심입니다."

지난 19일 한국콜마 여주아카데미에 모인 청중 150명은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연단에 오른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말을 경청했다. 청중은 다름 아닌 CJ헬스케어 임직원들이었다. 한국콜마는 18일 CJ헬스케어 인수를 마무리했다.

한국콜마와 CJ헬스케어의 작년 매출을 합산하면 국내 제약업계 7위 규모인 8000억원대에 근접한다. 생산 인프라스트럭처와 인적 자원 교류를 통해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면 그 파급력은 더욱 클 전망이다. 한국콜마 제약 부문은 앞으로 내용고형제, 내용액제, 외용제, 수액제 등 국내 최다 제형 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보유하게 된다. 또 연구원 360여 명과 생산인력 600여 명 등 1700명의 우수한 인적 자원을 보유한 제약회사가 됐다. 하지만 윤 회장의 고민은 바로 인수로 몸은 하나가 됐지만 마음은 아직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윤 회장이 인수한 지 하루 만인 19일 CJ헬스케어와 한국콜마 임직원들 간 상견례 자리를 만든 이유다. 사실 업계에서는 중견기업인 한국콜마가 대기업 계열사인 CJ헬스케어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일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 회장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백하게 전하며 CJ헬스케어 임직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윤 회장은 "아침에 넥타이를 고르면서 새 식구들에게 화려하지도, 초라하지도 않은 인상을 주고 싶었다"며 "오늘 여러 부서에서 행사용 원고를 만들어줬지만 오늘만큼은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두 기업이 만나 서로 배우고 진화해야 한다"며 "다양한 문화가 모여 강대국을 이룬 미국처럼 우리도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면 제약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특히 "CJ헬스케어의 인적 자원은 아주 훌륭하다"며 "마음이 복잡하겠지만 한국콜마에 어떤 새로운 것들이 있는지, 어떤 가치와 풍속이 있는지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 회장은 아울러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지방대 출신이라는 한계와 비약사 출신의 핸디캡을 딛고 대웅제약 최연소 부사장까지 오른 뒤 한국콜마를 설립한 경험을 담담히 풀어 나갔다. 윤 회장은 '기업'의 의미에 대해서도 "'사람(人)이 머무는(止) 곳'이 기업(企業)인 것처럼 사람이 오래 머무는 기업을 만들려면 리더가 직원의 장점을 발견하고 나보다 잘하는 것을 찾아내 칭찬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양사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쉬지 않고 꾸준히 천리를 걸어가자"면서 '우보천리(牛步千里)' 경영철학을 소개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행사에 참여한 CJ헬스케어 관계자는 "딱딱한 자리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참석했는데 인생 선배로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주셔서 편안히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영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