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해와 요구들을 용광로처럼 녹여내고 어우러진 해법을 마련하는 게 국회의 임무이다. 하지만 국회는 '올 스톱'이다. 지난 2일 문을 연 4월 임시국회는 총리 시정연설은 물론이고 대정부 질문도 못 한 채 개점휴업이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충돌로 시작된 국회 공전으로 헌법 개정, 국민투표법 개정, 추경예산 심의는 물밑에 가라앉았다. 또 소상인들의 권리금 보호 범위를 전통시장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개정안, 미세먼지 관련법,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관련법 등 민생법안들은 방치돼 있다. 6월 지방선거가 불과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점을 고려한다면 4월 임시국회가 하루빨리 재가동되지 않는다면 선거까지 '입법부 실종' 상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 교착의 핵심 고리는 '드루킹 댓글 추천 수 조작 사건'의 특별검사제 도입을 둘러싼 여야의 정면 대치이다. 자유한국당은 '드루킹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펼치고 있다. 사실상 국회 보이콧 입장을 밝히며 특검 도입과 국회 정상화 연계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특검은 특검대로 요구하되,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는 정상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반면 특검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수용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드루킹과의 접촉·교류로 인해 의혹을 받는 김경수 의원도 "필요하면 특검도 응할 것"이라고 밝혔고, 청와대도 특검 도입은 "국회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여야 모두 특검 문제가 국회 정상화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접점을 모색해야 한다. 국회를 열어 따질 것은 따지고, 특검은 특검대로 논의하는 방안도 있다.
드루킹 사건의 진상은 명명백백하게 밝혀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야 한다. 민주당은 "당과는 무관한 신종 선거 브로커의 일탈행위"라고 선을 긋고 있고, 한국당은 "드루킹과 민주당이 국기를 문란케 한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맞서고 있다. 검·경 수사 당국은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또 특검이 도입되면 특검대로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 하지만 '드루킹 블랙홀'에 안보·경제·민생 현안들이 빨려 들어가도록 방치하는 것은 국회의 임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