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0 (금)

'2018 멍때리기 대회' 우승한 중학생 "학원서 멍하니 앉아있다 보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신 차리면 진다.”

‘멍때리기 대회’가 올해 3회째를 맞았다. 지난 2014년 현대인의 뇌에 휴식을 주자는 취지로 시작된 멍때리기 대회는 어느덧 서울의 대표적인 이색 행사로 자리 잡았다.

세계일보

비가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22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너른들판에서 열린 '2018년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각양각색의 포즈와 소품을 이용해 '멍 때리기'에 도전하고 있다. 뉴시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 22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모인 70여명의 참가자들은 멍때리기 국내 1인자가 되기 위해 잠시 정신을 내려놓았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외국인까지 다양한 참가자들이 공원에 앉아 눈동자에 힘을 풀었다.

참가자들의 멍때리기 점수는 시민들의 투표와 심박수 측정 결과에 의해 평가된다. 경기가 진행되는 90분 동안 시민들은 멍 잘 때리는 사람을 ‘매의 눈’으로 관찰했고 심판은 심박수를 15분마다 측정했다.

참가자들은 멍때리는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이색 소품까지 가져왔다. 한 학생 참가자는 모의고사 시험지를 보며 정신을 내려놓았고, 일부 대학생은 노트북을 꺼내놓거나 책을 무릎에 펴놓은 채 멍때리고 싶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휴대폰에 잠시 한 눈을 팔거나 깜빡 졸기만 해도 탈락이기에 참가자들은 아무 생각 없이 넋을 놓았다. 단 빨강, 파랑, 노랑 카드를 통해 각각 안마, 물, 부채질 등 일정한 찬스를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날 우승 트로피는 경기도 성남 은행중학교 2학년 양희원(14)양에게 돌아갔다. 2014년 첫 대회에 이어 두번째 학생 우승자가 탄생한 셈이다. 첫 대회 우승자인 김지명(당시 9세)양은 우승을 차지한 뒤 무려 6곳의 학원에 다니며 멍을 때렸다가 지적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올해 우승자인 양양도 “학원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은 적이 있다”며 “아무래도 멍때리는 게 내 적성인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잘하는 것을 찾아낸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하다”고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