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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고두심 팬미팅 구름관객…베이징에 감도는 韓영화 해빙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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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류의 봄이 온다 / 한류4.0 현장점검 (下) 중국 ◆

매일경제

지난 16일 베이징 UME 국제극장에서 영화 `채비` 주연 배우 고두심 씨가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해 중국 팬들과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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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저녁 6시 30분(현지시간) 베이징 UME 국제극장 11관. 전체 좌석이 150석 남짓으로 보이는 이 중소 상영관은 한국 영화 '채비'를 관람하기 위해 모인 중국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드 갈등에 이은 중국 당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조치 이후 한국 영화가 중국에서 종적을 감춘 터라 이날 중국 땅에서의 '채비' 상영은 '해빙 무드'의 시작을 알리는 전조로 여겨졌다.

장애인 아들을 둔 시한부 어머니 이야기인 영화 '채비'를 보면서 눈물을 훔치는 중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60대로 보이는 중국 부부 관람객은 기자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시작해 진한 여운을 남긴 영화"라며 관람 소감을 밝혔다.

2시간가량 이어진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극장의 가라앉은 분위기는 금세 180도 달라졌다. 한국 대표 감성 연기파 배우이자 '채비'의 주연인 고두심 씨가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150여 명의 중국 관객은 마치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오랜만에 조우하는 것처럼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그를 반갑게 맞았다.

이날 40여 분 동안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고씨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 카디건을 걸친 채 나타나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리에 앉은 고씨가 서툰 중국어로 "니먼하오, 워아이니먼(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 사랑합니다)"이라고 말하자 중국 팬들도 일제히 박수로 화답했다.

질의와 답변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어로 질문하는 중국인이 제법 많았다. 한국에서 7년간 유학하고 베이징으로 돌아와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장화 씨는 "그동안 정치적 이유(사드 갈등)로 중국에서 한류가 잠시 주춤한 것은 사실"이라며 "과거처럼 한류 열풍이 불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에 고정 한류 팬이 많고, 이들이 정치적 변수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는 지난 15일부터 개막한 제8회 베이징국제영화제의 부대 행사로 마련됐다. 올해 베이징국제영화제에는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 김현석 감독의 '아이 캔 스피크', 홍상수 감독의 '클레어의 카메라'와 '그 후' 등 총 7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됐다. 22일까지 8일 동안 상영된 한국 영화는 90%의 높은 예매율을 기록했다.

매일경제

중국 영화업계 관계자들로 북적이는 `베이징필름마켓` 한국영화종합홍보관.


사드 갈등으로 지난해 베이징국제영화제에 한국 영화가 단 한 편도 초청받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꽁꽁 얼어붙었던 한중 문화 교류에 봄기운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한국 영화에 대한 중국 현지의 관심은 베이징 국제호텔에서 진행된 '베이징필름마켓' 행사에서도 나타났다. 이 호텔 2층에 마련된 한국영화종합홍보관(이하 홍보관)에서는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한국 영화 홍보, 비즈니스 미팅 등이 이뤄졌다. 30여 평 홍보관에 마련된 14개 업체 부스에는 중국 영화업계 관계자들이 몰려 다소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베이징 영화업계 관계자는 "아직 (당국과 민간의) 명확한 움직임은 없지만 한국 영화에 대한 현지의 관심이 높은 만큼 좋은 신호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베이징국제영화제에 한국 영화가 초청된 것에 이어 오는 26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제14회 중국 국제 애니매이션 페스티벌'에서도 한국 부스가 마련될 예정이다.

지난달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드 보복 해제'를 시사한 이후 한중 문화 관련 업계에서는 한한령이 곧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7일에는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일대일로 한중 문화 콘텐츠 교류 민간 사절단'이 왕야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과 만나 양국 문화 교류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의 문화 교류가 다시 재개되더라도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절단의 일원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는 중국을 '진출해야 할 시장'으로만 바라보고 '한류' 콘셉트를 중국에 주입시키는 데 집중해왔다"며 "이제는 중국을 '상호 교류하는 시장'으로 여기고 한류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즈 끝>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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