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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삼성 압박 나선 최종구 "삼성생명, 전자 지분 매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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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회의서 "계열사 주식소유 문제 아무런 노력 안 해" 삼성생명 겨냥

삼성생명 "10% 초과분 즉시 팔 것…전체 지분 매각은 고민스러운 상황"

이데일리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최종구(사진) 금융위원장이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실상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에 조속한 시일 내 자발적으로 지분 매각을 하라는 압박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삼성생명도 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현행법상 초과 지분율에 대해선 즉시 매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30조원에 이르는 전체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고민스러워하는 눈치다.

◇최 위원장 태도 급변…靑과 교감?

최종구 위원장은 지난 20일 간부회의에서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소유 문제는 소액주주 등 다수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 주식시장 여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풀어야 할 문제지만 관련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해당 금융사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법 개정 이전이라도 금융회사가 단계·자발적 개선조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자 금산분리(금융과 산업) 차원에서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자산의 3%(시장가치 기준)까지만 보유하도록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보험사의 대주주 등이 발행한 주식 보유 제한 기준을 은행, 증권, 저축은행 등과 마찬가지로 시가 평가로 바꾸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재 보험권만 유일하게 주식 보유 평가 시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시가평가로 전환하면 취득원가로 계산했던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8.23%) 가치가 급등한다. ‘총자산의 3% 이내’로 제한한 대주주 발행 주식 보유 규정을 지키기 위해선 삼성전자 지분의 대부분을 매각해야 한다.

지금까지 최 위원장은 국회의 결정을 따르겠다며 관련 법 개정안 처리를 지켜보자는 태도였지만 갑작스레 태도를 바꿨다. 금융권에서는 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통해 삼성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법 개정 등을 통해 강제 조치를 하기 전에 삼성생명에 자발적인 변화를 꾀하는 측면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며 “금융개혁을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의 개혁 기조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강제 수단을 통해 압박하기 전에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시그널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최 위원장의 발언이 구체적으로 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통해 삼성을 압박하는 게 아니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서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어서 삼성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보라는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10% 초과분 즉시 매각”

삼성전자가 자사주 50%를 소각한 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각각 8.23%, 1.44%로 총 9.67%다. 아직 10%를 넘진 않지만 올해 삼성전자가 나머지 자사주를 소각하면 삼성생명·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0% 초과가 불가피하다.

취득원가(주당 약 5만3000원대)로 5629억원인 삼성전자 가치가 시가로 약 29조원에 달해 보험업법이 규정한 ‘총자산의 3% 이내’인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 20조원을 초과한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삼성생명은 사전에 금융위의 승인을 얻어 초과한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 데 현재 상황에선 금융위의 승인을 얻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삼성생명은 10%초과분에 대해선 즉각적으로 지분을 처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산운용차원에서 30조원에 이르는 지분을 모두 내다 팔기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삼성생명 고위관계자는 “법상 그리돼 있으니 전자 지분 매각을 안 할 수 없다”며 “10%초과분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0조원에 이르는 전자 지분을 다 매각하던지 배당을 계속 받도록 어느 수준까지 유지할지는 투자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며 “매년 전자로부터 9000억원에 가까운 배당을 받는데 보험사로서는 자산운용 측면에서 벌기 쉬운 금액도 아니어서 이걸 전략적으로 포기할지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 10%초과분에 대한 처리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매각의 물꼬를 어떻게 틀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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