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남산타워를 찾은 관광객들이 미세먼지가 가득한 서울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미세먼지가 일명 ‘시험관아기 시술’로 불리는 체외수정(IVF·In-Vitro Fertilization) 성공률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김선영 교수와 차병원 서울역센터 윤태기·최승아 교수 연구팀은 2006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강남차병원에서 체외수정 시술을 받은 서울 거주 여성 4851명을 분석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지름 10㎛ 이하인 미세먼지(PM10), 이산화질소, 일산화질소, 이산화황, 오존 등 5개 대기오염 물질이 체외수정 시술의 임신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대기오염 수치는 서울시 약 40곳의 측정소에서 내놓은 자료를 이용했다. 그 결과, 대기오염이 평균치보다 약 50% 증가할 경우 체외수정에 성공할 확률은 10%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대개 난임 부부의 체외수정 성공률이 30%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적으로 2~3%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이라며 “대기오염과 임신 성공과의 상관관계를 드러내는 유의미한 수치”라고 말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체외수정 성공 확률의 저하는 대기오염 물질 중에서도 특히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의 영향이 컸다. 시술 주기에서는 초기 단계인 난자 채취 전 난소 자극 시기와 배아 이식 후에 대기오염에 노출됐을 때가 위험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이 임신 성공률을 낮추는 명확한 원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간접흡연이 임신 성공률을 떨어뜨린다는 기존 연구와 유사한 원리일 것으로 추정된다. 간접흡연으로 인해 흡수된 독성물질이 산화스트레스와 DNA 손상을 유발해 배아의 질을 떨어뜨리고 자궁 내 환경을 변화시켜 착상 실패를 일으키는 것처럼, 대기오염으로 인한 독성물질 흡입이 생식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인간생식’(Human Reproduction) 4월호에 게재됐다.
앞서 미국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은 지난해 미세먼지, 오존과 같은 대기오염 물질에 노출되면 임신 초기 유산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논문에서 2005년부터 2009년 사이에 임신을 시도한 미국 미시간 주와 텍사스 주의 501쌍의 부부를 추적 조사한 결과 임신한 343쌍 가운데 97쌍, 약 28%가 임신 초기 유산을 경험했다. 특히 오존 노출이 높을수록 초기 유산 확률이 12% 높았다. 공기 중의 작은 입자나 물방울인 입자상 물질에 노출된 경우 유산 확률은 13%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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