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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이상윤 “여자가 힘든가, 남자가 더 힘든가의 문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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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90년생 김지훈 크라우드펀딩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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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 인터넷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는 “‘90년생 김지훈’이란 단편소설을 준비하려 한다”는 후원 요청 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공개된 목차에는 ‘왜 (여자들은) 황금연휴 전날 동시에 생리하나’ 등의 내용이 섞여 논란이 일었다. 결국 모금사이트 측에서 모금 활동을 거부해 후원은 성사되지 않았다.

최근 ‘82년생 김지영 그리고 74년생 유시민’이란 소설을 펴낸 이상윤 부경대 행정공간정보화연구소 교수(44)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현상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며 여성들의 고달픈 삶에 크게 공감했다”며 “하지만 일부에선 오히려 반감을 느껴 안티 페미니즘 대열에 서거나 ‘그래서 여자가 힘든가, 남자가 더 힘든가’ 식의 대립 구조로 사회가 흘러갈까 우려스러워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이상윤 부경대 행정공간정보화연구소 교수


그의 소설엔 유시민이란 이름을 가진 40대 가장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낮에는 중소기업의 계약직으로,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아 치킨 집을 차린다. 아내 역시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아등바등 힘을 보탠다. 하지만 운영은 녹록치 않고,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정부 규제로 큰 손실을 보며 좌절한다.

이 교수는 “한 평범한 가정의 좌절 기를 통해 결국 고민할 문제는 여성과 남성 모두를 고달프게 만드는 사회 구조라는 걸 짚고 싶었다”며 “20대엔 외환위기로, 30대엔 세계적 금융위기로, 40대엔 내일 없는 삶으로 고민하는 또래 남성들을 향해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수는 앞으로 20, 30대 남성들의 삶을 다룬 소설도 추가로 발간할 계획. 그는 “군대나 출산 등 최근 남녀가 갈등하는 사회 이슈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돕고 싶다”면서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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