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베' 주자 이비사 "경험 못했던 강풍"
피해 여기자 인터넷 신상공개·노골적 비난 트윗으로 2차피해 발생
22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입헌민주당과 희망의 당 등 일본 야당들은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재무성 사무차관의 여기자 성희롱과 관련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사퇴할 때까지 국회 심의에 참가하지 않을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는 전날 "여당은 심의가 가능한 상황을 갖추지 않고 있다"며 아소 부총리의 사퇴를 국회 심의 복귀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야권은 지난 19일 여당과 중의원에서의 새로운 일정 협의를 하지 않기로 뜻을 모은 뒤 20일 국회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아베 총리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 다음 '#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든 채 재무성을 항의방문했다.
'미투' 손팻말 들고 재무성 항의 방문한 日 야당의원들 |
야권이 국회 보이콧을 계속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강조하는 노동개혁 법안의 국회 심의도 계속 늦춰지게 된다.
여기자 성희롱 사건은 가뜩이나 모리토모(森友)학원·가케(加計)학원의 양대 사학스캔들과 자위대의 일일보고 문건 은폐 의혹 등으로 위기에 처한 아베 정권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후쿠다 사무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의혹은 그가 반복적으로 여기자들에게 입에 담기 민망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것으로, 주간지 주간신조(週刊新潮)의 보도로 처음 제기됐다.
주간신조는 후쿠다 차관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모르쇠로 일관하자 그가 "키스해도 되냐", "가슴을 만져도 되냐" 등의 발언을 한 음성 녹음 파일을 공개했고, 이는 연일 TV 방송에서 소개돼 화제가 됐다.
결국 후쿠다 차관은 지난 18일 경질당했지만, 관련 보도를 하지 않고 소극적이던 피해 여기자의 소속 회사 TV아사히가 뒤늦게 나서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사태는 확대되고 있다.
사태를 키운 것은 사건을 대수롭지 않은 것인 양 무시한 재무성의 태도에 있다. 후쿠다 차관을 두둔하던 재무성과 아소 부총리가 피해자에게 실명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자 부적절한 대처라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가 도쿄 의사당에서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팔짱을 낀 채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옆에 나란히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권 내에서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포스트 아베 유력 주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전날 기자들에게 사학스캔들과 성희롱 사건 등 일련의 정부 내 불상사와 관련한 비판 여론에 대해 "경험한 적 없는 강한 바람"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국민이 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국민을 우롱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는 한편 "정권을 비판하는 것을 '등 뒤에서 총을 쏘는 것'이라며 막으려는 것은 건전하지 않다"며 당내 비판을 억지로 봉쇄하려는 자민당의 분위기를 비판했다.
한편 여기자 성희롱 사건으로 그동안 일본 사회에서는 좀처럼 확산되지 않던 미투가 사회적으로 번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 연극배우 지노(知乃)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고교 시절 극단에서 연출가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고백해 시선을 끌며 '미투' 운동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여기자 성희롱 사건을 둘러싸고는 인터넷 상에서 피해 여성의 실명과 방송 출연 모습을 담은 사진이 퍼지며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피해 여기자를 오히려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부정적인 여론 형성을 꾀하는 유명인사들의 트윗 글이 잇따르는 것도 문제다.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도쿄도지사는 트위터에 피해 여기자를 겨냥해 "기자로서 자부심은 없는 것인가"라고 몰아세웠고, 극우 소설가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 씨는 "일종의 허니 트랩(미인계)이다"고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 비판의 칼날을 돌렸다.
'성희롱 논란'에 고개숙인 日재무성 차관 |
bkk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