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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누가 들을라’ 사과 대신 집무실 ‘방음’ 공사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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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파문이 확산되자 자신의 집무실에 은밀하게 방음공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가족의 잇따른 막말과 갑질 파문에 대해 일주일 넘게 사과 대신 침묵을 고수 중인 그가 방어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복수의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주말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 7층에 있는 조 회장 집무실에 대한 방음공사가 진행됐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현민 전무가 본사 6층 사무실에서 직원들에게 고성을 지르고 폭언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된 후 이 같은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한항공 관계자도 “방음공사는 조 회장이 근무하는 중역실에서 금∼토요일 사이 이뤄졌다”며 “조 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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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 사이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용 30억원을 인천 영종도에 짓고 있던 그랜드하얏트 호텔 신관 신축공사비에 포함시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대한항공 직원 9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에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이 올라올 정도로 회사 안팎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홍보실은 “지난 주 서울 공항동 본사 7층 회장실 포함 중역실 전체를 대상으로 일상적인 시설 점검을 한 적은 있었으나, 방음 공사를 한 바는 없다”면서 “중역실은 직원들과 격리된 곳이어서 별도 방음 공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시설 점검’ 과정에서 “회장실 문틈에 실리콘이 부족한 틈이 있어 이 공간을 조금 메우는 정도의 작업은 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측은 회장실 내부 공개 를 거부했다.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고성을 지르거나 막말을 하는 잘못된 행동을 고칠 생각은 안 하고 방음공사로 잘못을 은폐할 궁리만 하느냐는 비판이 예상된다”며 “사람들이 앞으로도 막말과 욕설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텐데, 경솔한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딸 조 전무와 아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고성·막말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총수 일가가 비행기 및 직원들을 ‘개인택배’용으로 부리며 탈세 반입했다는 비리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의혹이 커지자 관세청은 21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와 조현아·원태 3남매 등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자택과 대한항공 사무실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관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에는 조 전무 등 총수 일가를 직접 소환할 방침이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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