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에는 페트병에 든 생수나 음료에서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줬다. 플라스틱 소재 페트병에 든 물조차 안심하고 마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가볍고 가공이 쉬운 데다 휴대도 간편한 플라스틱 용기가 천덕꾸러기 신세에 내몰리고 있다. 그나마 지난 17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를 찾아내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 성과를 보도해 효소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페트병 담긴 생수에 미세플라스틱?...세계보건기구 조사 착수
페트병 쓰레기. /조선DB |
지난 3월 미국 뉴욕주립대 연구진은 세계적인 생수 브랜드 에비앙 등 페트병에 든 생수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에비앙은 생수 중에서도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제품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페트병에 든 생수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미국 연구진이 분석한 생수는 11개 브랜드의 259개 생수 제품이었다. 조사 대상 생수 중에서 미세한 플라스틱이 발견된 생수만 93%에 달한다. 검출된 미세 플라스틱은 주로 페트병에 쓰이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인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생수나 음료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연구결과였다.
생수나 음료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이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갑론을박’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미세 플라스틱이 체내로 들어갔을 때 미치는 해로운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독성이 있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인체 내 면역시스템이나 생식 능력, 신진대사 등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연구를 수행한 셰리 메이슨 뉴욕주립대 교수는 “연구결과에 대해 크게 충격받을 필요는 없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근거와 연구가 미비한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 분해하는 효소 발견
페트병을 포함한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수거 대란이 일어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와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해양이나 자연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 양만 매년 수백~수천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에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은 분해되는 데만 수백 년이 걸린다. 토양이나 강, 호수, 바다 등 자연에서 분해된 플라스틱 성분은 언제, 어떻게 인체 내로 흡수될지 모른다.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 /위키미디어 제공. |
17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관심이 집중됐다. 영국 포츠머스대 존 맥기헌 교수 연구팀은 페트(PET)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구조를 알아내고 페트 분해 능력을 끌어올린 새로운 효소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플라스틱 먹는 효소(enzyme that eats plastic bottles)’라는 이름으로 외신에 보도된 이 효소는 2016년 일본에서 처음 발견됐다. 해안에 쌓인 플라스틱병을 분석한 과학자들이 찾아냈지만 내부 구조나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원리는 규명되지 않았다. 맥기헌 교수 연구진은 이 효소에 X선을 쪼인 뒤 분석을 통해 이 효소가 미생물이 식물을 분해할 때 쓰는 효소와 구조가 흡사하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효소가 페트를 더 빠르게 분해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이 효소로 분해된 플라스틱 물질은 고스란히 재활용에 활용할 수 있어 분해 속도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면 골칫거리인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맥기헌 교수는 “페트병의 경우 재활용률이 세계적으로 10%대에 그친다”며 “현재 속도보다 100배 정도 분해하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민수 기자(rebor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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