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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분석]마곡시대 연 LG...연구개발 '추격자'에서 '선도자'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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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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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20일 'LG사이언스파크'를 본격 가동하면서 전환점을 맞이한다. 2만2000명에 이르는 연구개발(R&D) 인력을 투입해 LG의 첨단 기술 연구를 위한 거점으로 만들었다. 중소·벤처·글로벌 기업과 대학·연구기관과 협업 연구를 위한 토대로 활용해 개방형 혁신도 추구한다.

LG가 사이언스파크를 전환점 삼아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민간 주도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 합리적 규제 개선도 과제다.

◇LG사이언스파크 국내 최대 융·복합 R&D 단지…개방형 혁신 생태계 중심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조성된 사이언스파크는 LG그룹 미래를 건 곳이다. 면적이 축구장 24개 크기(17만㎡ 부지·연면적 111만여㎡)다. LG전자 서초R&D캠퍼스의 약 9배, 그룹 본사 사옥인 여의도 LG트윈타워 2배, 국내 융복합 단지 중 최대 규모다. LG가 사이언스파크 조성에 투입한 금액만 4조원이다. 이는 LG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R&D 비용을 투입하는 LG전자의 지난해 R&D 금액과 맞먹는 액수다.

LG사이언스파크는 LG그룹 융·복합 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토대를 갖췄다. LG그룹의 8개 계열사(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하우시스·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 CNS) 연구인력 1만7000명이 한 단지에 모였다. LG는 융복합 기술 연구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공간을 조성했다. '공동실험센터'는 대규모 3D프린트실과 물성분석장비 등 첨단 장비·연구실을 한 곳에 갖췄다. '통합지원센터'는 소속회사와 상관없이 융·복합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용이하다.

LG사이언스파크는 자사 첨단 기술 개발연구에 한정되지 않고 개방형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인프라·시스템을 대거 도입했다. 중소·벤처기업·스타트업을 위한 '개방형 연구공간'과 글로벌 기업,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 공간인 '조인트랩(Joint Lab)'을 갖췄다. 신기술과 지식 공유 활성화를 위해 소속 회사와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하는 공동 세미나·테마별 연구 동아리 활동을 활발히 이어간다. '컨시더씨' 등 스타트업이 이달부터 순차 입주한다. LG는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1억원 초기 투자비용과 기술·인프라를 지원한다.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 융복합 기술 연구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은 사이언스파크 착공부터 정한 콘셉트다. 개관식에서도 이 같은 기조를 강조하며 개방형 혁신 생태계 확산 노력을 강조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지난 20일 열린 사이언스파크 개관식에서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모두가 함께하는 '개방적 혁신 생태계'를 이루고, LG의 모든 R&D 역량을 결집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 벤처기업, 대학, 그리고 글로벌 기업 및 연구소까지 다양한 외부의 지식과 역량을 결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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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서 구본준 LG 부회장(오른쪽 두번째) 등 최고경영진들이 연구성과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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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 맞이하는 LG, 사이언스파크 기틀 삼아 '퍼스트무버'로 거듭나야

LG의 사이언스파크 연구단지는 갈수록 격화하는 글로벌 기업 경쟁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신기술 등장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 차원 역량을 결집했다. LG가 사이언스파크에서 집중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자동차부품 △에너지 등 성장사업 △로봇 △자율주행 △인공지능(AI) △5G △차세대 소재·부품 △물·공기·바이오 분야는 미래에 더 각광받을 기술이다. 이는 구글·아마존·애플·테슬라·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이 집중적으로 연구를 이어가는 분야이기도 하다. 기업정보 회사 팩트셋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마존은 R&D에 226억달러(약 24조원)를 지출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166억달러(약 17조원), 인텔 133억달러(약 13조원), 애플 116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입했다. LG 지난해 R&D 투자 금액이 6조900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융·복합 기술 연구와 개방형 혁신을 통한 R&D 시너지 효과가 절실하다.

전문가는 사이언스파크 조성으로 기업·정부가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전략을 전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융·복합 기술이 쏟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제적 R&D로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사이언스파크가 다른 기업과 연구기관, 정부와 함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민간 중심 거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

장석인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LG사이언스파크 조성으로) 정부가 특정분야를 캐치업해서 따라잡는 식의 연구를 탈피하고 기업이 제품·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에서 기술을 선제대비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민간이 주도하는 형태로 국가 혁신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도 어려운 여건에서 R&D 거점을 만든 기업 노력을 상당히 높이 평가해야 한다”며 “기업이 부가가치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규제 합리화도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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