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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유홍준 교수가 재조명한 추사 김정희의 예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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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네 살배기 아들에게 모범을 보이려고 쓴 글씨는 더없이 반듯하다. 노년의 외로움을 담은 시축에는 처연한 감성과 허허로움이 넘친다. 같은 글자임에도 유배 직전에 쓴 대둔사 '무량수전' 현판은 난젠완쯔(난자완스)처럼 기름기가 넘치고 유배 시절에 쓴 은해사 '무량수전' 현판은 칼국수 국숫발처럼 뼛골의 힘이 살아 있다.

추사 김정희 하면 흔히 추사체를 떠올리지만 추사체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추사체라고 불리는 글씨 형태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추사의 개성적인 글씨, 즉 추사체를 이해하려면 먼저 추사가 어떤 삶의 경험과 조건 속에서 그 글씨를 썼는지 알아야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의 저자 유홍준 교수가 방대한 자료와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추사 김정희의 삶과 예술을 담은 '추사 김정희: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를 펴냈다. 그동안 우리 문화유산만큼이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한국 문화사의 거인 추사 김정희를 재조명하기 위해서다.

추사 김정희는 유홍준이 오랫동안 넘고자 했던 산이었다. 1988년 성균관대 박사과정에 입학하면서 추사 김정희론을 연구 주제로 삼은 그는 2002년 그간의 연구 성과를 모아 '완당평전'(전 3권)을 펴내기도 했다.

탄생부터 만년까지, 주인공의 일대기를 좇는 전기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그간 파편적으로 이해돼온 추사의 삶과 예술 그리고 학문을 총체적으로 그려낸다. 대갓집 귀공자로 태어나 동아시아 전체에 '완당바람'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던 추사가 두 차례 유배와 아내의 죽음 등을 겪고 인간적·예술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 역사소설처럼 흥미롭게 펼쳐진다.

특히 추사가 인생관의 대반전을 이루고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완성하는 계기가 된 제주도 유배 시절을 담은 6장 '세한도를 그리며'와 7장 '수선화를 노래하다' 부분은 절절하다. 탱자나무 울타리에 고립된 채 끊임없는 질병의 고통과 싸우던 추사의 외로운 나날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책에 실린 도판 280여 점은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이다. '세한도' '불이선란' 등 기존 대표작뿐 아니라 '침계' '대팽고회' '차호호공' 등 최근 보물 지정이 예고된 작품들의 제작 경위까지 상세히 실려 있다. 도판만 따라 읽어도 추사 예술세계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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