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2 (토)

AI 자기소개서 평가…인사담당자와 점수격차는 15%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업 채용 전형에 확산 전망

SK C&C 인공지능 ‘에이브릴’

채용대행 기업 스카우트에 제공

1장 평가에 3초…인력ㆍ시간 절약

인사담당자 평가와 오차범위 15%

평가 주체 따라 당락 갈릴 수도

취업준비생들 찬반 양론

“억울한 사람 줄일 좋은 대안”

“함께 일할 직원이 평가해야”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며, 문장마다 나의 삶을 녹여낸 자기소개서를, 심사위원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 분석하고 평가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SK C&C는 자사 AI 브랜드 ‘에이브릴(Aibril)’을 활용한 자기소개서 분석 서비스를 채용대행 기업 스카우트에 제공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에이브릴 HR’은 채용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서류 전형 평가 시간을 단축하고, 동시에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로 AI가 본격적으로 채용 결정에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에이브릴 HR은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활용해 자기소개서의 맥락을 이해하고 각 회사가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예를 들어 자기소개서에 “대학 시절 멋모르고 직접 사업체를 만들었다가 크게 실패했다. 그러나 거기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라고 썼다면, ‘패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가 사용하는 에이브릴 HR 모델은 이 지원자에게 높은 점수를 매기게 된다. 반대로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가 사용하는 AI는 이 문장에 낮은 점수를 주게 된다. SK C&C 관계자는 “에이브릴 HR은 각 평가항목 점수를 매기면서 그 근거가 되는 문장도 함께 보여준다”면서 “채용 담당자가 이를 참고하면 수월하게 채용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평가의 최대 장점은 시간 절약이다. 올해 1월 SK 하이닉스 신입 채용 당시 에이브릴 HR을 시범적으로 적용해본 결과, 자기소개서 한 장을 평가하는 데 평균 3초 이내로 사람 심사위원이 한 명당 4, 5분 걸리는 것에 비교해 획기적으로 짧아졌다. 안홍구 스카우트 채용전략연구소장은 “공공기관의 경우 많게는 한 번에 1만명씩 지원하는데, 사람이 이걸 다 읽으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면서 “AI 적용으로 이런 경우 공정성과 효율성이 모두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SK C&C 관계자는 “하이닉스 입사시험 시범 적용 당시 인사 담당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면서 “특히 평가 담당자의 개인적 성향 차에 따라 너무 관대하거나 엄격해서 발생하는 오류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채용 당사자인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AI에게 자기소개서 평가를 맡기는 게 떨떠름하다는 반응이 많다. 외국계 회사 입사를 준비하는 이모(28)씨는 “AI가 평가한다면 기업이 요구하는 틀에 꼭 맞는 지원자만 뽑힐 것 같다”면서 “개인적 경험이나 글솜씨로 감동을 줄 여지가 줄기 때문에, 정형화된 틀의 자소서가 복제되거나 심지어 AI가 써주는 자소서가 판을 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2년간 취업준비를 하다 최근 대기업에 입사한 서모(27)씨는 “취업한 후에 동고동락하는 건 AI가 아니라 해당 회사 직원들”이라면서 “주관적일지라도 회사 직원이 직접 평가하고 걸러내는 게 입사 이후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인공지능 채용에 대한 구직자 의견 송정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왕모(26)씨는 “지원자가 너무 많을 경우 평가 담당자들이 모든 자기소개서를 꼼꼼하게 읽지 못하기 때문에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며 “AI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일럿 테스트 당시 에이브릴 HR과 인사담당자의 평가 점수 오차 범위가 15%에 달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가 입력되면서 정확도가 높아지겠지만, 아직은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갈릴 수도 있는 편차이기 때문이다. SK C&C 측은 이에 대해 “사람이 평가해도 15% 정도의 편차가 나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차가 없는 편”이라면서 “지원자 입장에서는 사람 평가자보다 AI가 훨씬 이해할 만한 평가를 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원 선발은 기술적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며 도덕적이고 감성적인 요소가 개입되는 일이라, AI가 결정에 참여하는 데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AI의 판단을 인간이 수용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편견 없이 공정한 빅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