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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조리·청소·복사 때 미세먼지 극성…환기·물걸레질 필터 관리로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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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실내 공기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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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할 때 목이 칼칼하다면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가 범인이다. 새 가구를 들인 뒤 두통이 생겼다면 포름알데히드를 의심해봐야 한다. 보이지 않는 오염물질이 우리 집 내부를 휘젓고 있다. 희뿌연 바깥보다 밀폐된 실내가 더 위험할 수 있다. 중앙일보 기획 ‘실내 공기를 지켜라’ 두 번째 순서에서는 집 안 공간별로 발생하는 유해 물질과 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실내를 청정하게 유지하려면 ‘청소·환기·필터 관리’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한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실내 공기 오염물질의 농도는 바깥보다 최대 10배 높다. 폐쇄된 공간에서 오염물질이 더 잘 적체되기 때문이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임영욱 교수는 “미세먼지·황사의 위험은 알아도 실내 공기 질의 중요성을 아는 이는 드물다”며 “창문을 꼭 닫아 실내의 오염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하면 인체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표적인 실내 공기 오염물질로 미세먼지와 포름알데히드, VOCs(벤젠 등 휘발성유기화합물), 이산화질소, 부유세균 등을 꼽을 수 있다. 임 교수는 “이들 중 독성과 발암성을 따졌을 때 가정에서 가장 위험한 건 미세먼지”라며 “외부에서도 유입되지만 실내 곳곳에서 발생해 쌓이는 미세먼지의 양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산염·황산염 등으로 구성된 미세먼지는 크기에 따라 PM10(10㎛ 이하)와 PM2.5(2.5㎛ 이하)로 나눈다. 호흡기·눈·피부로 체내에 흡수돼 폐암·뇌졸중·심장마비 같은 호흡기·심혈관 질환과 치매·우울증을 일으키는 독성 물질로 알려졌다.

부엌·거실서 미세먼지 최다 발생

부엌과 거실은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공간이다. 사람의 움직임이 많아 가라앉았던 미세먼지가 계속 다시 떠오르는데다 조리 등을 통해 새로 생기기도 쉽다. 특히 부엌에서 요리할 때 미세먼지와 유해가스가 다량 발생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조리 시 미세먼지(PM2.5)의 농도는 생선·고기류를 삶았을 때 119㎍/㎥, 튀겼을 때 269㎍/㎥, 구웠을 때 878㎍/㎥까지 올라간다. 문을 꼭 닫고 조리하면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3000~4000㎍/㎥까지 치솟을 수 있다. 대기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이라도 구이 요리를 할 땐 주방과 거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닫기를 권한다. 평소에는 조리대 후드를 조리 중은 물론 이후 30분 정도 계속 켜두는 게 좋다.

진공청소기도 잘못 사용하면 ‘미세먼지 생성기’가 될 수 있다. 청소기 필터가 미세먼지를 다 거르지 못하면 배출구를 통해 다시 공중으로 내뿜기 때문이다. 청소하는 엄마 뒤를 따라다니던 아이가 미세먼지를 다 먹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청소기 필터가 미세먼지(PM2.5)까지 잡는 헤파(HEPA) 필터인지 확인하고, 먼지 흡입 통로가 막히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청소기 사용 후엔 즉시 바닥 등을 물걸레로 닦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가전제품의 필터 관리도 중요하다. 최태열 장안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에어컨이나 청소기, 공기청정기의 필터는 습기를 머금었을 때 먼지 제거 능력이 급감하고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며 “실내로 세균을 배출해 전염성·알레르기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필터 관리에 소홀할 경우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치는 셈이다. 재활용할 수 있는 필터는 한 달에 한 번 물로 씻은 뒤 잘 말려 사용하고 일회용 제품이라면 주기적으로 교체한다. 특히 공기청정기는 가습기 등 습기가 많은 곳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아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

가전 필터에 습기 차면 세균 증식

미세먼지는 생각지 않았던 곳에서도 발생한다. 대표적인 예가 서재에서 프린트나 복사를 할 때다. 김조천 건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프린터·복합기를 사용할 때 오존(O₃) 이 방출되는데, 오존은 그 자체로도 폐 질환을 일으키는 독성 물질”이라며 “특히 오존은 실내 공기 중의 VOCs와 반응해 미세먼지(PM2.5)를 공중에 뱉어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프린터와 복합기는 창문이 있는 방에 두고, 작업 시 문을 열어 환기하도록 한다.

침실·서재처럼 밀폐된 방을 리모델링했거나 새 가구를 들였다면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벤젠·스티렌 같은 VOCs를 조심한다. 가구·바닥·벽지에서 새어 나와 기침·구토·호흡곤란·생리불순 등을 일으킨다. 새것일 때 배출량이 가장 많고 서서히 줄기 때문에 창문을 자주 열어 유해가스를 빼내는 게 좋다.

알레르기 비염의 주원인인 집먼지진드기는 침실에 가장 많다. 매트리스에서 수백만 마리가 발견되기도 한다. 사람의 비듬이나 피부 각질을 먹고 자라므로 실내 습도를 30~50% 정도로 유지하고 침구의 먼지를 자주 턴 뒤 일광욕(자외선 살균)을 시켜 진드기가 자라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준다.

벽·창틀 먼지는 닦아내는 게 최선

최근에는 실내 공기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식물을 이용한 공기 정화법(phytoremediation)이 주목받고 있다. 김호현 평택대 ICU융합학부 환경융합시스템학과 교수는 “식물은 잎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입하고 산소를 뱉는데, 이때 이산화탄소와 함께 이산화질소·포름알데히드·벤젠 같은 실내 유해 물질을 함께 흡수해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신축 건물 사무실에 공기 정화 식물을 놔뒀을 때 5개월 후 벤젠 농도가 식물이 없는 사무실보다 38% 더 감소했다. 직원들이 호소했던 눈·코의 불편함과 집중력 저하 같은 증상도 줄었다. 김 교수는 “식물로 공기 정화 효과를 보려면 실내 공간 부피의 2~3%를 식물로 채워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하지만 가구가 많은 침실이나 아이들 공부방에 화분을 두면 식물이 없을 때보단 공기 질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집 안 공기를 깨끗이 유지하기 위한 원칙으로 ‘환기’와 ‘청소’를 기억해야 한다. 인하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라도 창문을 계속 닫아두면 이산화탄소 등 실내 유해 물질의 농도가 높아질 수 있어 하루 한 번 정도는 자연 환기하기를 권한다”며 “또한 공기청정기를 틀더라도 창틀이나 벽면의 먼지 청소와 같은 기본적인 청결 생활습관을 우선 실천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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