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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김기식 방어’ 직접 나선 문재인 대통령…배경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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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김기식 해임요구, 수긍 어렵다”

- 차관급 인사에 이례적으로 대통령 직접 나서

- 선관위, 어떤 판단 내놓든 ‘정치적 공방’ 불가피 전망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직접 설명에 나섰다. 대변인과 비서실장에 이어 대통령이 직접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은 ‘김기식 사태’가 정치권의 핵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상황 전개가 심상치 않고,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문 대통령이 직접 관련 해명에 나서게 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70%에 육박하는 자신의 지지층에 호소하는 문 대통령의 ‘SOS’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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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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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도덕성 평균 이하면 김기식 사임” = 문 대통령은 13일 오전 자신 명의의 메시지를 통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김 원장이) 사임하도록 하겠다”며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위법 여부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국민들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그러나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 때마다의 고민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이다.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다”며 “한편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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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 인사에 대통령이 직접?… 이례적 =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위원회 산하 기구다. 금융위원장은 장관급 인사고, 금감원장은 차관급 인사다. 차관급 인사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사태가 그만큼 위중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말미에 밝힌 ‘개혁’이다. 김 원장은 초선 시절부터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를 맡는 등 업계 내에서 ‘저승사자’로 불릴만큼 피감기관들에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기로 유명했다. 원칙에 맞지 않으면 설명이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다수 나왔다. 김 원장을 금감원장에 발탁했을 때부터 당시를 떠올리며 적지 않은 금융권 인사들이 우려를 표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참여정부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이날 메시지에 담겨있다. 참여정부에 대한 가장 아픈 지적 가운데 하나가 ‘관료에 휘둘렸다’는 비판이었다. 참여정부 때엔 특정 정책을 추진할 경우 수십년간 해당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들이 정무직 공무원들의 논리를 압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양측 주장을 모두 듣고 최종 판단할 때 관료 주장이 대통령 결정에 반영되는 경우가 다수였다는 비판이다.

이는 결국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각종 개혁과제들이 좌초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그래서 ‘관료에 휘둘렸다’는 비아냥 어린 비판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일개 차관급 인사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도 당시 새겼던 아픔 때문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면서도 김 원장이 계속 금감원장으로 재직해야 한다는 의사를 청와대가 열흘 가까이 피력하고 있는 이유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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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는 ‘헌재’ 문재인정부는 ‘선관위?’ = 대한민국에는 헌법기관이 존재한다. 국회, 정부, 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다. 이 가운데 참여정부 당시 입지가 가장 높아졌던 기관은 헌법재판소였다. 1987년 개헌으로 탄생한 헌재는 개헌 이전에는 대법원 산하 연구기관으로 존재했으나, 대법원 판단마저 권력의 의중이 반영돼 선고가 나올 때 이를 견제키 위한 장치로 대법원에서 분리 설치됐다.

헌재 입지가 높아진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었는데, 헌재는 결국 노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치 않았다. 이 사건은 헌재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고, 이후 대법원 선고가 난 이후 헌재에 위헌 제청을 넣는 경우가 급증하기도 했다. ‘대법원 위에 헌재’라는 말도 참여정부 이후 생겨난 말이다.

문재인 정부 하에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입지가 높아질 개연성이 커졌다. 선관위는 통상 선거가 있을 경우에 공정한 선거 관리가 주요 업무다. 선관위원장은 대법관이 맡게 되는데, 현재 권순일 위원장 역시 대법관 출신이다.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전날 중앙선관위에 4가지 질의사항을 보냈다. 문제가 된 김 원장 문제와 관련해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게 적법한지 ▲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 가는 것이 적법한지 ▲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출장 가는 것이 적법한지 ▲ 해외출장 중 관광을 하는 경우가 적법한지 등 네가지다.

김의겸 대변인은 “김 원장이 티끌 하나 묻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의 해외출장 사례가 일반 국회의원들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과연 평균 이하의 도덕성을 보였는지 더 엄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이날 본인 명의로 김 원장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공식 확인하면서 선관위는 문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에 대한 선고 권한을 갖게 됐다. 선관위가 청와대의 질의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할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문 대통령의 정국 운영에 커다란 방향타를 선관위가 가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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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의중 확인됐는데 선관위가 ‘NO’할 수 있을까 =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은 1987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법조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대전고법 부장판사,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거쳐 지난 2014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해 12월 27일 권 위원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권 위원장을 중앙선관위원으로 내정한 인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다. 김 대법원장은 문 대통령이 논란 끝에 임명한 인사다. 권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는 별개로 김 원장 안건을 떠안은 권 위원장 입장에선 문 대통령이 직접 ‘김기식 큰 하자 없다’고 밝힌 사안에 대해 순수히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을지 여부를 예측키는 쉽지 않다. 임명 시기와 내정자(김명수) 등을 고려해서다. 순수히 공정하게 권 위원장 등 선관위의 결정이 내려진다하더라도 해당 해석에 따라붙을 정치적 비판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기식 원장’의 상황은 옳고 그름의 영역을 떠나 이미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된 탓이다.

선관위 측은 전체 회의를 열어 청와대 질의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방안과, 담당 과가 청와대의 질의를 조사하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확언키 어렵지만,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는 선관위 결정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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