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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뉴스+] 피감기관 지원 해외 출장 전수조사…'판도라 상자' 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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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구하기’ 반격 카드로 준비 / 홍익표 “산업위 산하단체들 확인 / 의원 대부분 포괄적 뇌물죄 대상” / 與의원도 많아 공개 쉽지 않을 듯 / 野 이완영 비서관 대동 출장 드러나 / 국내는 제도적 장치 전무한 실정 / "일상적 출장도 기준 엄격 규정을"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은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전수조사’로 반격을 준비하는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가는 일이 19대 국회까지만 해도 ‘관행’이었고, 야당 역시 비슷한 사례가 많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 상임위별로 전수조사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사례가 여야 모두에게 보편적인 현상이라면 근본적으로는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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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이날 산업인력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은 2013년 7월 1일부터 9일 동안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참관하기 위해 독일 라이프치히로 출장을 다녀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들은 매년 경기 현장을 방문하고 우리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참석해왔지만 통상 다수의 여야 의원이 동행하는 것이 관례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의원의 출장에는 의원실 소속 비서관 A씨 한 사람만 동행했고, 환노위 피감기관인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인력공단이 이 의원과 A씨에게 총 2066만원의 경비를 전액 지원했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이 의원 일행이 출장 당시 공식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지 않고 임의로 현지 관광 등을 했다고 송 의원실에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출장을 다녀온 것은 사실”이라며 “오래전의 일이라 자세한 내용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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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민주당 간사인 홍익표(사진) 의원은 전날 라디오방송에서 “40여개 산업위 산하단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고 있고, 이미 저희가 확인한 것만 해도 많이 있다”며 “(야당 주장대로라면) 19대까지 국회의원 했던 대부분은 아마 포괄적 뇌물죄에 걸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조사를 진행한 한 민주당 상임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자료를 취합해보니 (김영란법 시행 후인) 20대 국회에서는 이런 사례가 없는데 19대 때는 관행적으로 많이 있었다”고 전했다. 홍 의원은 “언론인 대상 로비성 해외시찰 사례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이 당장 자료를 공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 사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야당 의원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과 관련된 사례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해외출장과 관련된 문제가 여야 가리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는 출장 횟수나 내용을 통제할 수 있는 실효적인 장치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91년 제정된 윤리실천규범은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을 포함해 외부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갈 때는 국회의장에게 보고하도록 돼있고, 국회의원의 국외 활동의 신고에 관한 지침도 2000년부터 마련돼 있지만 말 그대로 ‘규범’ 혹은 ‘지침’일 뿐이어서 실효성과 강제성이 거의 없다. 국회의원의 해외 활동에 대해 규제를 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국회가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통화에서 “적절한 규제 방안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관행이라는 이유로 다 넘어가게 될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원들의 해외출장과 관련된 법안이 실질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 역시 “이번 사태에서는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간 것이 문제가 됐지만, 국회 예산으로 가는 일상적인 해외출장이라고 하더라도 기준과 요건을 더 엄격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지난해 7월 소속 의원들의 해외출장으로 추경안 처리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의 국외활동 신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한 게 그나마 실질적인 규제 장치다.

홍주형·최형창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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