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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김기식, 막판 3억 몰아쓰기… 동료에 수백만원씩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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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임기 만료 5개월 앞두고 남은 정치후원금으로 '선심'

국회 사무처서 퇴직금 주는데… 보좌진 6명에 퇴직금 2200만원

의원 등 16명엔 2000만원 후원… 金, 의원시절 재산 4억 이상 늘어

2015년 출장 동행했던 비서와 임기만료 직전 일주일 유럽 출장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임기 막판 정치 후원금 수억원을 자신과 가까운 단체나 의원·보좌진 등에게 선심 쓰듯 나눠준 것을 두고 도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19대 국회 임기 마지막 해인 2016년 1월부터 5월 말까지 김 원장의 정치 후원금 수입 총액은 3억7254만원이었다. 김 원장은 이 기간에 후원금을 3억6849만원 사용했다. 월평균 7300만원 이상을 쓴 셈이다. 특히 임기 마지막 달인 5월에 1억8900여만원을 집중적으로 썼다.

우선 김 원장은 5월 20일 보좌진 6명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200만~500만원씩 총 2200만원을 정치 후원금으로 지급했다. 이 돈은 국회 사무처에서 지급하는 보좌진 정식 퇴직금과는 별개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의정 활동에 쓰라는 정치 후원금으로 전별금 형식의 퇴직금을 지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원장은 전년도에 미국·유럽 출장을 함께 갔던 여비서와 5월 20일부터 27일까지 독일·네덜란드·스웨덴 출장을 가는 데도 1000만원 이상을 썼다.

김 원장은 또 동료 의원 등 16명에게 자신의 정치 후원금으로 후원금을 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박홍근 의원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등에게 200만원씩, 우원식·김현미·유은혜·이학영 의원 등에게는 100만원씩을 내는 등 총 16명에게 2000만원을 보냈다. 김 원장이 소장을 지낸 더미래연구소 이사로 함께 활동한 의원 등 대부분 김 원장과 가까운 사이였다. 일종의 '후원금 품앗이'인 셈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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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민주당 국회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도 50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돈은 다시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이자 김 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더미래연구소로 흘러갔다. 이에 대해 야당은 "김 원장이 퇴임 후 사용하기 위한 다단계식 돈세탁이란 의심을 살 수 있다"고 했다. 김 원장은 또 경제개혁연구소에 2000만원 등 8000만원을 정책 연구 용역 비용으로 썼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참여연대에서 김 원장과 함께 활동했던 장하성 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해까지 이사장을 지낸 곳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당원 일 경우 임기 종료 때까지 남은 정치 후원금은 소속 정당에 넘겨야 한다. 김 원장은 거액 후원금을 막판에 다 쓰고 잔액 405만원만 더불어민주당에 넘겼다.

한편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듬해인 2013년 재산을 4억7730만원이라고 신고했는데 임기 만료를 앞둔 2016년 3월에는 12억5630만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후원금 계좌에 들어 있는 3억여 원을 제외해도 4억원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예금 증가분만 3억5000만원이 넘었다. 김 원장은 "가족이 적어서 돈 쓸 일이 별로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금감원 관계자는 전했다.

야당은 이날도 "김 원장은 부패 혐의자"라며 사퇴와 함께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김 원장의 밑바닥이 드러나면 참여연대의 위선적 밑바닥이 드러나고 참여연대가 무너지면 (참여연대가) 장악하고 있는 청와대가 무너지는 것을 문재인 정부가 두려워하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이날 "청와대가 '부패 보호처' 역할을 하기로 작심한 게 아니라면 (김 원장은) 청와대 관계자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김 원장 거취에 대해 "(사퇴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김 원장을 검증했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과거 김 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더미래연구소에서 한 차례 강연한 것에 대해선 "세금 뗀 강연료 28만여 원을 받았다"고 했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김 원장의 의혹이 불거진 이후 조국 수석을 보증수표처럼 내세운 대목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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