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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현장에서]김기식 원장 의혹에 침묵하는 금감원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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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위원회 관료의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금감원은 금융시장을 장악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금감원 노동조합이 지난해 9월 최흥식 당시 서울시향 사장이 금감원장에 내정되자 내놓은 성명서다. 노조는 최 원장 내정을 두고 “감독 기구의 독립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라며 “최흥식씨가 과거 금융권 적폐 세력을 청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에 내정 철회를 요구한 셈이다.

이날로부터 불과 이틀 전 노조는 전혀 다른 내용의 성명을 냈었다.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금감원장에 내정된 것을 환영한다는 것이 골자다. 김 전 총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내고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원장으로 일하는 등 여권 실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금감원 노조가 금융 분야 업무 경력이 없고 ‘정치적 낙하산’이라는 지적까지 받는 김 전 사무총장을 반긴 것은 무엇보다 힘 있는 인물을 원했기 때문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지난달 최흥식 당시 금감원장이 채용 비리 혐의로 자진해서 물러나고 김기식 현 금감원장이 취임했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금감원 노조는 최 전 원장 사퇴가 “임명 시점에 예고된 참사”였다고 혹평했다. 반면 김 신임 원장을 향해서는 “금융 관료를 견제하겠다는 대통령의 깊은 고민이 느껴진다”고 후하게 평가했다. 노조는 김 원장 취임 날 내놓은 성명서에서 “김 신임 원장은 의원 시절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금융위 관료들과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었고 금감원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었다”며 “김 원장은 금감원 기능 회복을 위한 대안을 찾는 데 신중을 기해 달라”고 권유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과 같은 참여연대 출신으로 여당 정치인이기도 했던 실세 금감원장에 다시 환영의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 노조는 김 원장 취임 불과 일주일 만에 그의 외유성 출장 논란이 불거지자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원했던 힘 있는 원장이 온 후 금감원이 오히려 안팎으로 더욱 흔들리는데도 침묵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세 원장이 조직의 이익에 도움된다는 이유로 노조로서 마땅히 해야 할 쓴소리를 아낀다면 정치적 판단에 따라 권력에 붙으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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