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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베트남 잡아야 세계가 보인다…하이트진로의 ‘초록빛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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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한류 인기 업고 베트남 소주 판매 연평균 31% 성장

맥주거리 판촉 프로모션, 대형마트 골든존 마케팅

SNS 열광·충성도는 ↓ '까다로운 소비자' 공략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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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가 하노이 맥주거리에서 판촉 프로모션을 전개하는 모습. 사진ㅣ인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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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한국 드라마나 유튜브에서 초록색 소주병을 많이 봐서 익숙해요. 퇴근하고 친구들과 과일 소주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 이젠 베트남 마트에서도 많이 팔아서 가끔 집에서 마시기도 합니다. 과일 소주는 달달한 과일 맛에 도수가 낮아 편하게 마실 수 있어서 좋아요"

한국 과일 소주가 베트남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맥주거리에서 현지 음식과 함께 한 손에 과일소주를 든 베트남 사람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이트진로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까다로운' 베트남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경우 '진로 대중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베트남에서 K-소주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베트남 내 하이트진로의 소주 판매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약 31%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현지 판매량은 베트남 진출 이후 최대 판매를 달성했습니다. 2017~2023년 하이트진로의 연평균 글로벌 판매량(12.6%)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확연합니다.

과거에는 베트남에 거주하는 교민들을 대상으로 소주를 판매했지만 한류 열풍과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등 영향으로 입소문을 타면서부터 베트남에서 소주 판매가 늘었습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 유튜브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녹색 소주'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달 초 방문한 베트남 하노이 맥주거리에서도 진로 과일소주를 즐기는 현지인들을 여럿 볼 수 있었습니다. 주로 여성들로 구성된 현지인들이 맥주거리 야외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베트남 음식과 함께 자몽에이슬, 딸기에이슬 등을 소주잔으로 마시는 모습을 이따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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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진로BBQ에 방문한 베트남 현지인들. 오른쪽 흰 옷 입은 사람이 부 띠 땀 씨. 사진ㅣ하노이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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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식당에서 소주 가격은 한화로 약 7000원입니다. 5000원이면 살 수 있는 한국보다 비쌉니다. 베트남 물가를 감안하면 소주는 현지에서 프리미엄 주류로 분류됩니다. 높은 가격에 접근성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으나 베트남 소득 수준 역시 오르고 있습니다. 이 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6%에 육박합니다.

중산층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최소 11달러(약 1만5000원)를 소비할 수 있는 중산층은 현재 40%에서 2023년에는 75%를 차지할 전망입니다. 베트남 내 중산층과 소득 수준 증가, 여성 노동 참여 확대는 과일 소주가 주력인 하이트진로에게 분명한 호재입니다.

하노이 맥주거리에서 진로 BBQ 직영점을 운영하는 김광욱 점장은 "매장에 방문하는 분들은 1인당 평균 3~4만원 정도 쓰는데 하노이에서 그 정도 소비는 대부분 중산층 이상"이라며 "주로 여성 고객이 많이 방문하며 과일소주 5종 모두 잘 팔린다"고 말했습니다.

김 점장은 2019년부터 하이트진로와 프렌차이즈 계약을 맺고 현지에서 4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 본점은 관광지인 맥주거리에 있어 손님 비율이 현지인과 외국인이 50대 50으로 비슷하지만, 베트남 로컬 지역에 있는 매장은 99% 이상이 현지인이라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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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맥주거리에서 진로 과일소주를 즐기는 현지인들. 사진ㅣ인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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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진로BBQ에 방문한 베트남 대학생 부 띠 땀 씨는 "친구 생일이라 축하하려고 모였는데 과일소주를 좋아해서 같이 마시고 있다"며 "대학교 2학년 때 아는 언니가 소개해줘서 알게 됐고 과일소주는 도수가 낮아서 좋다. 대부분 베트남 마트에서도 팔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로BBQ는 매장 내부와 외관을 우리나라 70~80년대 복고풍으로 꾸미고 '인증샷'을 위한 포토존도 설치했습니다. 김 점장은 "1980년대 한국 감성으로 인테리어를 했는데 SNS를 하는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며 "하이트진로 법인에서 우리 매장에 와서도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한다"고 했습니다.

실제 이날 진로 BBQ 매장 인근에서 진로 소주 프로모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00주년 진로 유니폼을 입은 현지인 직원들과 두꺼비 캐릭터 인형이 맥주거리를 돌아다니며 현지인과 외국인 가릴 것 없이 소주 시음과 게임을 통해 상품을 증정했습니다. 주류 판촉 마케팅이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이트진로는 2016년 자몽·청포도에이슬 출시를 시작으로 2018년 자두에이슬, 2019년 딸기에이슬을 내놨고 2022년 복숭아에이슬을 선보이며 현재의 과일소주 5종 라인업을 완성했습니다. 글로벌 신규 소비자 유입과 소주 점유율 확대를 위해 앞으로도 과일향 신제품을 개발 및 출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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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후지마트에 마련된 진로 과일소주 단독 매대. 사진ㅣ인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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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접점 확대를 목표로 대형마트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2018년 론칭한 현지 체인형 대형마트인 후지마트 11개 점포 중 5곳에 단독 진로 매대를 설치했습니다. 현지인들 눈에 잘 띄도록 주류코너 중앙에 알록달록한 색감의 진로 과일·레귤러소주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윤현식 하이트진로 베트남법인 마케팅팀장은 "맥주거리에서 술 파는 식당 78곳 중 67곳에 진로 소주가 들어가 있다. 후지마트에서는 매달 과일소주를 300병 정도 판매한다"며 "현지인에게 과일소주로 '맛있다'고 느끼게 한 뒤 레귤러소주로 입문시키기 위한 유인책, 빌드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이트진로의 베트남 진출은 전략적인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베트남 소비자는 SNS 영향으로 트렌드에 민감한 반면 브랜드 충성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유튜브, 틱톡 등 베트남 MZ세대가 즐기는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고객층 확보를 위한 브랜딩 전략에 집중할 방침입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2024 베트남 진출 전략 보고서'에서 "베트남 소비자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 비교적 까다로운 소비자가 되고 있다"며 "성공적인 베트남 진출은 다른 아세안 국가에 대한 확장성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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