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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관행 굳어진 ‘의원 특권’…외유성 출장 막을 장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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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피감기관 비용 출장 공개의무 없고

‘특권 내려놓기’ 권고안도 유명무실

재외공관·현지 주재원들에게 받는

과도한 의전도 민폐 사례로 지적



한겨레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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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의 외유성 국외출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의원들이 일종의 특권으로 인식해온 것이 사실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대외경제정책연구원(대외연), 우리은행 등 피감기관 여러 곳의 지원을 받아 다른 의원과 동행하지 않고 ‘단독으로’ 국외출장을 다녀온 행태가 더욱 도드라진 사례다.

의원들의 국외출장은 경비 부담 주체를 기준으로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국회사무처와 의원연맹 등 국회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협회의 지원 △외국기관의 초청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 등 피감기관 비용으로 가는 출장이 그것이다.

국회 예산으로 출장을 다녀올 때는 방문 목적과 활동, 성과를 기록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국회사무처 누리집에 공개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정부부처나 산하기관 등 피감기관 비용으로 가는 출장은 공개 의무도 없고 대가성도 의심받을 수 있다. 김 원장이 “현장조사를 위한 공적 업무였다”고 해명해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이유다.

자유한국당 최경환·강효상 의원도 이번에 문제가 된 대외연 지원을 받아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과 관련된 현지조사’ 목적으로 런던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났다. 대외연은 두 의원의 4박6일 출장에 모두 1820만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최 의원은 외교통일위, 강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이어서 대외연과 업무적 연관성도 없다. 강 의원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상임위는 달랐지만 20여년간 경제 쪽 취재를 한 전문가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출장 연락이 오지 않았겠느냐”며 “김기식 금감원장이 피감기관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과 단순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피감기관 예산으로 떠나는 부적절한 출장은 국회의원들에게 만연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난해 피감기관의 지원으로 워싱턴에 대북 문제 관련 세미나에 다녀온 적이 있다. 전직 관료들과 교수 등 10여명이 함께 다녀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부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국회의원들이 외국 일정을 소화하며 재외공관이나 현지 주재원들로부터 과도한 의전을 받는 것도 민폐 사례로 꼽힌다. 의원들의 일정을 짜는 것은 물론 입국 때부터 출국까지 의원들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건 재외공관 직원들의 일이다. 국회의원들의 대표적 특권으로 꼽히는 외유성 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7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인령)가 정세균 국회의장 직속의 자문기구로 출범했다. 위원회는 △외유성 방문을 억제하기 위한 국회사무처의 ‘백서’ 발간 △출장의 적정성을 사후에 평가할 수 있는 독립적 위원회 구성 △재외공관의 지원은 최소 범위로 조정하자는 권고안을 내놓았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외유성 출장 근절’을 의제로 올렸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태규 김남일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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