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의사 술기·의사소통·리더십 역량···가상 병원서 키우니 의료과오 줄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성균 센터장

"기존 의료 교육 시스템으론

의사 숙련도 향상에 한계

시뮬레이션 교육으로 보완"

유밍 황 부소장

"첨단 과학기술의 힘 빌리면

시뮬레이션 교육 폭 확대

환자에게 최적 치료법 제공"

랜돌프 스테드먼 소장

"앞으로 6개월 동안 수시로

한림대의료원과 원격회의

시나리오 개발, 전문가 양성"

한림대-UCLA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 전문가 좌담
중앙일보

김성균 센터장 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 한림대성심병원 진료부원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의사 교육 시스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의 도제식 교육법에서 벗어나 체험형 학습을 통해 진정한 환자 중심 의료를 도모한다. 의료 현장을 고스란히 재현한 가상 병원에서 치료 과정 전반을 훈련하는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 얘기다. 한림대성심병원에서는 지난 3월 31일 이를 주제로 국제 콘퍼런스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한림대의료원 김성균 한림시뮬레이션센터장과 미국 UCLA 메디컬센터 시뮬레이션센터 랜돌프 스테드먼 소장, 유밍 황 부소장을 지난 4일 만나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의 중요성과 발전 방향을 들었다.



Q :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이란 뭔가.

A : 랜돌프 스테드먼 소장(이하 스테드먼) 일종의 체험형 학습을 의미한다. 의료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시나리오로 만들어 그 상황을 학습자가 직접 대처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예전에 술기(術技)를 배울 때는 경험 많은 의사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치료 과정을 그저 지켜봤다. 다른 의사가 하는 걸 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시뮬레이션 교육은 그 중간 단계 역할을 한다. 가상의 의료 환경에서 고성능 마네킹·학습용 의료기구를 이용해 치료 과정 전반을 직접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성균 센터장(이하 김) 요즘 의료 환경이 의료진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환자는 잘 숙련된 의사에게 안전하게 치료받길 원한다. 기존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의사의 숙련도를 단기간에 향상시키기 어렵다. 시뮬레이션 교육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학습법이다.





Q : 기존의 교육 시스템과 어떤 차이가 있나.

A : 스테드먼 부족한 술기에 대한 맞춤 교육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가 되려면 백핸드·서브 등 다양한 기술을 고르게 숙달해야 한다. 시뮬레이션 교육 시스템에서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술기를 반복해서 학습할 수 있다. 이는 도제식 교육 방식에선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 데도 시뮬레이션 교육이 효과적이다. 환자를 치료할 때 의사는 어떤 처치를 할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시뮬레이션 교육 시스템에서는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내는 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병원에서 접하기 힘든 희귀 질환 사례도 접할 수 있다.

유밍 황 부소장(이하 황) 단순히 술기만 습득하는 건 아니다. 갈수록 병원에서는 팀워크·의사소통·리더십 역량이 중시되고 있다. 병원에서 혼자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여러 의료진이 함께 팀트레이닝을 하면 의료 현장에서 효율성이 높아진다. 실수 없이 안전한 처치를 기대할 수 있다.



중앙일보

랜돌프 스테드먼 소장 미국 UCLA 메디컬센터 마취과 교수 미국 마취과학회 시뮬레이션교육위원회 소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시뮬레이션 교육의 효과가 궁금하다.

A : 시뮬레이션 교육은 의료 과오를 줄여보자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시뮬레이션 교육이 의사의 술기 수행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건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교육 후 합병증, 병원 내 감염, 입원 기간이 줄고 환자 생존율이 개선됐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시뮬레이션 교육의 효과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스테드먼 2010년 발표된 유명한 논문이 있다. 시뮬레이션 교육이 중심 정맥관(심장으로 혈류가 바로 흐르는 큰 혈관) 감염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분석한 연구다. 연구결과, 시뮬레이션 교육을 했을 때 감염률이 74% 줄었고 감염을 예방할 때마다 3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감염이 발생하면 입원일수가 10일 정도 늘어나는데 병상 가동 측면에서도 도움이 됐다. 궁극적으로는 중심 정맥관 감염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Q : 현재 시뮬레이션 교육의 과제는 뭔가.

A : 실제 의료 현장을 얼마나 실감나게 재현하느냐가 관건이다. 가상현실·증강현실 등 과학기술을 접목하면 병원의 수술실·응급실·중환자실 등과 상당히 유사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교육 전문가를 양성하고 입체적인 시나리오를 개발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첨단 과학기술의 힘을 빌리면 시뮬레이션 교육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환자의 장기를 그대로 재현한 환경에서 연습하면 교육 효과는 더 커진다. 시뮬레이션 교육은 환자가 병원에서 최적의 치료를 받는 데 기여해야 한다.



중앙일보

유밍 황 부소장 미국 UCLA 메디컬센터 마취과 교수 미국 UCLA 교육학 박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지난해 한림시뮬레이션센터를 개소했다.

A : 한림시뮬레이션센터는 일종의 가상 병원으로 의료진을 교육하는 곳이다. 의료진이 모여 팀트레이닝을 하고 통일된 진료 기준을 정립·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 병원에서 실제 발생하는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교육해 의료 과오를 예방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림시뮬레이션센터가 국내외 교육 활성화를 이끌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 두 기관이 협력할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A : 한림대의료원과 UCLA 메디컬센터는 시뮬레이션 교육의 확대와 전문가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 첫걸음으로 지난 2~3일 한국에서 워크숍을 열어 센터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논의했다.

스테드먼 앞으로 6개월 동안 수시로 원격회의를 진행해 시나리오 개발, 전문가 양성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림대의료원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시뮬레이션 교육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도록 돕겠다.

시뮬레이션 교육 워크숍 현장을 가다
중앙일보

의사 3명이 복강경 담낭(쓸개) 절제술을 하기 위해 수술대 앞에 섰다. 2명은 복강경 기구를 잡고 1명은 수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카메라를 조정했다. 환자(시뮬레이터)의 담낭과 주변 조직이 모니터에 선명하게 비쳐졌다. 의료진은 모니터를 주시한 채 수술에 집중했다. 복잡하게 얽힌 혈관을 하나씩 정리하고 조직을 세심하게 박리했다. 수술하는 틈틈이 환자의 혈압·맥박 등 바이털(신체 활력)도 체크했다. 담낭과 연결된 담낭관을 자르고 간과 담낭이 붙어 있는 부위를 자르자 비로소 담낭이 떨어졌다.

이는 지난 2~3일 한림대의료원·UCLA 메디컬센터가 공동으로 진행한 의료 시뮬레이션 워크숍 현장이다. 의사가 기구를 조작하는 대로 영상에 고스란히 반영돼 실제로 수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림시뮬레이션센터 김성균 센터장은 “수술방에서 이뤄지는 모든 과정을 연습해 숙련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며 “녹화 영상을 토대로 수술 과정을 다시 점검한다”고 말했다. 한림시뮬레이션센터에서는 복강경은 물론 로봇수술, 분만, 응급·중환자 처치, 초음파, 마취 등 의료 현장에서 수시로 이뤄지는 의료 술기를 개인·팀별로 훈련할 수 있다.

이번 워크숍에는 의료진 20명이 참여했다. 두 기관의 의료진은 센터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함께 설계한 시나리오를 한림시뮬레이션센터에서 시연해보기도 했다. 김 센터장은 “두 기관의 시뮬레이션 교육과정을 서로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며 “교육과정 개발과 함께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양성해 교육 수준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