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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if] 사람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이보그 생쥐' 국내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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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물건에 집착을 보이는 생쥐. 국내 연구진이 뇌의 소유욕을 이용해 생쥐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KAIST




수컷 쥐가 먹이도 마다하고 암컷도 못 본 체하며 앞으로 달려간다. 동물의 본능을 억제하고 사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이보그 생쥐가 국내에서 탄생했다. 로봇과 동물의 장점을 겸비한 사이보그 생쥐는 다양한 구조 탐색 임무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생명과학과의 김대수 교수와 기계공학과 이필승 교수는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뇌에서 물건에 대한 소유 욕구를 만드는 영역을 찾아냈으며, 이곳을 자극해 생쥐를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물건에 대한 소유는 생존을 위해 자원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진화했다.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에게도 있다. 연구진은 생쥐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동료보다 시상하부의 특정 영역이 활발하게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시상하부는 입천장 바로 위쪽 뇌에 있는 부분으로, 체온과 생체리듬을 조절한다.

연구진은 생쥐의 유전자를 변형해 빛 신호를 받으면 뇌에서 소유 욕구를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작동하도록 했다. 생쥐 머리에는 좌우로 방향을 조종할 수 있는 공을 매달았다. 빛 신호를 보내 소유 욕구를 자극하자 생쥐는 눈앞의 공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갔다. 미로에서 먹이나 암컷을 만나도 사람이 조종하는 대로만 움직였다.

연구진은 "재난 현장은 지형이 불규칙해 로봇이 활동하기 어렵다"며 "사이보그 생쥐를 이용하면 원하는 곳에서 조난자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대수 교수는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 발생하는 수집 강박이나 도벽, 게임 중독을 치료할 단서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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