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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if] [사이언스 샷] 멸종 위기서 살아난 할리퀸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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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미 네바다대




미국 네바다대의 제이미 보일스 교수는 지난 2016년 파나마의 산속에서 노란 바탕에 검은 점이 선명한 할리퀸(harlequin·어릿광대·사진)개구리를 발견하고는 숨이 멎을 만큼 놀랐다고 했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개구리를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보일스 교수는 지난달 3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파나마에서 할리퀸개구리, 점박이유리개구리 등 개구리 9종의 개체수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할리퀸개구리는 2000년대 초 항아리곰팡이가 퍼지면서 멸종 직전까지 갔다. 항아리곰팡이는 1993년 호주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포자(胞子)가 항아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 항아리곰팡이는 양서류에 침입해 피부 안쪽 세포를 보호하는 케라틴 조직을 먹고 산다. 피부 호흡을 하는 양서류가 케라틴을 잃으면 질식해 죽는다. 항아리곰팡이로 인해 20여 년 만에 전 세계에서 양서류 200여 종이 멸종했다.

할리퀸개구리는 어떻게 다시 살아났을까. 우선 곰팡이균이 그사이 독성이 약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004년 개구리 사체에서 채집해 냉동 보관하던 곰팡이나 최근 야생에서 채집한 곰팡이나 개구리에게 치명적인 것은 변함없었다.

그렇다면 개구리 자체가 곰팡이에 내성(耐性)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개구리는 피부에서 병균을 막는 항생물질을 분비한다. 연구진은 멸종 위기에서 살아난 개구리에서 피부 분비물을 채취해 실험실에서 배양하고 있는 항아리곰팡이에 주입했다. 예상대로 곰팡이의 성장이 느려졌다. 멸종 위기에서 살아온 개구리들은 항아리곰팡이에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었던 실험실 개구리들보다 8배 강력한 항생물질을 갖고 있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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