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피겔 온라인 "터키ㆍEU 난민협약 후 죽는 장소만 바다서 육지로 바뀌어"
슈피겔 온라인은 터키가 유럽연합(EU)과 난민협약을 체결하는 대가로 자국으로 난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데 투입되는 자금을 EU로부터 지원받아 국경 보호를 강화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브라힘 칼레드'라는 가명 사용을 전제로 이 매체에 터키-시리아 국경 실태를 증언한 한 시리아 남성 난민은 자기 어머니와 더불어 국경을 힘겹게 통과해 작년 가을 터키 남부의 한 도시에 정착했다.
칼레드는 그러나 국경 탈주 당시 터키 군인들의 기관총 소사가 이어져,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서부터 함께 이동한 난민 60명 중 자신과 어머니를 포함해 단지 몇 사람만 월경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칼레드는 "엄마 손을 잡고 냅다 달렸다"고 회고한 뒤 "만약 달리기를 멈췄다면 아마 사살되거나 체포됐을 것이다. 터키 군인들은 난민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했고 총격을 당한 이들의 비명이 들렸다"라며 몸서리쳤다.
그는 터키 당국이 무서워서 신분을 노출하기 어렵지만 "시리아인들에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 세상이 알길 바란다"며 인터뷰 결심 배경을 밝혔다.
시리아-터키 국경 근교 임시 캠프서 살고 있는 이드리브 난민들 |
슈피겔 온라인은 이 난민의 증언을 하나하나 실증할 순 없지만 인쇄 매체인 주간 슈피겔(데어 슈피겔)이 인터뷰한 목격자들의 언급과 세부 내용에서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그러면서 터키ㆍ시리아 국경 수백 ㎞에 3m 높이의 장벽과 열 감지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고 지적하며 독일 뿐 아니라 EU가 터키의 국경 보호를 위한 자금을 지원한 사실을 상기했다. 터키의 이와 같은 과잉 방어가 간접적이나마 그런 환경 아래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넌지시 짚은 것이다.
세부적으로 EU와 터키는 2016년 난민협약을 맺으면서 터키가 유럽 쪽으로 넘어오는 난민을 자국 국경 내에 머물도록 하면 EU가 30억 유로(3조9천억 원)를 지원해 터키 내 시리아인들을 돕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고 슈피겔 온라인은 설명했다.
이 매체는 그러나 터키 해안경비대를 위해 순찰함 6대를 건조한 한 네덜란드 회사에 1천800만 유로(235억 원)가 건네지는 등 다른 용도로 돈이 사용됐음을 시사했다.
이 매체는 2015년 여름까지 시리아인에게 터키 국경은 열려있었고, 이에 맞물려 약 350만 시리아인이 난민으로서 터키로 넘어가서 터키는 시리아 난민이 가장 많이 발 디딘 나라가 됐지만 이후 국경이 막혔다고 부연하고 7년째 이어지는 시리아 내전 난민들은 자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EU·터키의 난민협약은 위기를 해소한 것이 아니라 이전한 것에 불과하다며 협약 이후 그리스 쪽으로 가려고 에게 해를 지나는 배 위에서 사망하던 난민이 이젠 터키-시리아 국경에서 죽어 나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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