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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연합시론] 평화·정의당 공동 교섭단체, 개헌협상 촉매제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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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의석 14석의 민주평화당(평화당)과 6석의 정의당이 국회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기로 29일 합의했다. 두 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평화와 정의)이라는 명칭으로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 6개 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공동교섭단체는 공동 원내대표 체제로 운영하되 국회에 등록하는 초대 대표는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맡기로 했다. 양당은 2∼3개월 단위로 등록 대표를 번갈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양당의 합의문에는 "공동교섭단체는 헌법개정과 선거제도 개혁을 비롯한 8대 정책 공조과제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8대 정책과제로는 ▲한반도 평화 ▲특권 없는 국회와 합의 민주주의 ▲노동존중 사회와 좋은 일자리 ▲식량 주권과 농축수산업 육성 ▲골목상권과 중소상공인 보호 및 육성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 ▲미투(Me Too) 법안 선도적 추진 등이 선정됐다. 양당은 오는 31일 정의당 전국위원회의 합의문 최종 승인 절차를 거친 뒤 4월 2일께 '평화와 정의'를 국회에 공동교섭단체로 정식 등록할 예정이다.

이로써 2008년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선진과 창조 모임'이라는 명칭으로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한 지 10년 만에 공동교섭단체가 탄생하게 됐다. 정체성이 다른 정당이 연합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데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유권자의 뜻과 상관없이 결정되는 인위적이고 정략적인 정치 행위라는 비판도 있다. 반면 철저하게 교섭단체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회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자구책이란 반론도 있다. 어쨌든 공동교섭단체 구성은 우리 헌정사에 보기 드문 정치실험임은 틀림없다. 양당이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통해 거대정당이 주도하는 국회 운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되면 그 자체로 긍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특히 국회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온 인권, 여성, 이주민 등 소수자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한다.

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으로 국회 운영과 원내 의석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더불어민주당(121석), 자유한국당(116석), 바른미래당(30석) 등 3개 교섭단체 체제가 '평화와 정의'(20석)를 포함한 4개 교섭단체 체제로 전환된다. 캐스팅보트도 바른미래당이 독점하기는 어렵게 된다. 평화당과 정의당이 그동안 대북정책, 경제정책 등에서 '친여'(親與) 성향을 보여온 점으로 미뤄 의석구도는 민주당과 '평화와 정의'의 '범여'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범야'로 양분될 수 있다. 두 진영의 의석수도 공교롭게 엇비슷하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절충하지 않으면 국회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제4의 교섭단체 출현은 당장 개헌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지난 2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교섭단체 대표 간 개헌협상에 '평화와 정의'도 참여하게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지난 26일 회동에서 새로 출현할 공동교섭단체도 개헌협상에 참여키시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개헌협상의 주요 내용은 권력구조, 선거제도, 권력기관 등 3대 쟁점과 개헌안 국민투표 시기다. 개헌 시기에 대해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은 6·13 지방선거 때 개헌안 동시투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선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이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거나 추천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선거제도에 대해선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정의당이 비례성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쪽이다. 한국당은 '총리 국회 선출'을 전제로 소수 정당이 선호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제4의 교섭단체는 이처럼 각 당의 입장이 엇갈리는 쟁점에 대한 중재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제4 교섭단체 출현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개헌협상의 촉매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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