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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인수전 뛰어든 타이어뱅크… 금호타이어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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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시한’ 코 앞에 두고 “인수 추진”

금호타이어 매각작업이 혼돈에 빠졌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을 추진하는 도중 국내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가 인수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든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의 김정규 회장이 27일 대전 서구 상공회의소에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 인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27일 대전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가 중국 타이어 제조사 더블스타에 통째로 매각되는 것을 보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국내 기업으로서 가만히 지켜볼 수 없어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호타이어 인수 시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기술 유출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국에 판매망을 갖춘 타이어뱅크가 즉시 판매를 증가시켜 고용은 보장하면서 회사를 살리겠다고 덧붙였다.

타이어뱅크는 국민 여론과 노조, 채권단의 생각을 들은 뒤 최종적으로 인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시장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연 300억원대를 버는 타이어뱅크가 인수자금만 6000억원대에 이르는 회사를 사겠다는 것은 브랜드홍보를 노린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자금조달 문제에 대해 김 회장은 “타이어뱅크를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채권단에 (타이어뱅크를) 담보 제공하면 채권단 차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김 회장은 “더블스타가 인수할 경우 채권단이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2000억원 정도면 국내 공장을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회장은 이날 사내 게시판에 올린 공고문에서 “신발보다 싼 타이어를 표방하는 국내 유통업체까지 끼어들어 우리 임직원들의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며 “골든타임을 놓치고 법정관리로 들어가도록 조장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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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스타도 인수 의지를 재차 강조하는 서한을 보내며 ‘러브콜’을 보냈다.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은 이날 ‘금호타이어 직원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사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한에서 차이 회장은 지난 22일 방한 시 밝힌 독립경영 보장, 노조 합의 존중 등 원칙을 재확인한 뒤 “한·중 양국 법률을 준수하고 한·중기업 합작과 노사 관계 측면에서 모범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매각을 원하는 채권단과 이를 반대하는 노조의 갈등은 타이어뱅크 복병까지 등장하며 더욱 증폭되고 있다.

채권단은 당황하는 빛이 역력하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타이어뱅크의 인수 발표에 대해 “대응할 이유도 할 말도 없다”고 반응했다. 산은은 이날 “(타이어뱅크 측이) 언론에 일방적으로 밝힌 것에 불과하며 공식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만큼 대응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채권단인 산은이나 금호타이어 사측에 인수 관련 제안서와 투자 계획서를 보내지 않은 채 노조를 통해 인수의사를 밝힌 처사는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금호타이어 노조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국내 기업들이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해외매각 불발을 이유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지혜·김라윤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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