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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타이어뱅크 금호타이어 인수 선언 '5가지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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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 방안 불확실 "뜬구름 인수계획"

뉴스1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27일 오전 대전 상공회의소 2층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 인수추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DB)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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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참여를 선언했으나 의도 및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기업홍보 효과를 노리고 인수참여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매각 주체인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협의 없이 설익은 인수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이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한다. 타이어뱅크가 제안한 인수계획의 다섯 가지 허점을 낱낱이 짚어봤다.

① 회사 상장·담보로 자금 조달? "인수 불가능"

27일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제시한 자금 조달 방안은 기업공개(IPO)를 통한 현금 확보, 회사 담보제공에 따른 차입 등 2가지다.

이 회사 자산은 2016년 기준 토지(1140억원), 건물(434억원) 등을 포함해 3639억원 정도다. 자산을 담보로 잡고 가액대로 자금을 끌어 모아도 금호타이어 인수에 필요한 6463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건물과 토지 등 담보가치가 큰 물건들에는 850억원의 근저당 등이 잡혀있다. 실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1000억원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기업공개(IPO) 추진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IPO 성공의 핵심은 공모가를 높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필요한데 길게는 수년이 넘게 걸리는 경우가 있다.

상장예비심사와 증권신고서 제출, 수요예측, 공모청약 등 관련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해도 최소 3∼4개월 이상이 걸린다. 채권단의 자율협약 중단 데드라인이 3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IPO로 인수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방안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② 글로벌기업 2곳 인수참여 주장 "실체가 없다"

금호타이어와 비교해 몸집(매출 기준)이 8분의 1 수준인 타이어뱅크가 인수에 성공하려면 재무적투자자(FI)나 전략적투자자(SI)가 필요하다. 김정규 회장은 타이어뱅크가 국내공장 운영을 맡는 조건으로 글로벌 기업 2곳이 참여 뜻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IPO 과정에서 자금조달 금액을 확대하고자 신규 주식발행수를 최대한 늘리고 SI를 우호군으로 영입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어떤 기업이 참여를 희망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SI의 실체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금호타이어 첫 매각공고 때부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인수후보를 물색해왔다. 그러나 금융채권만 2조4000억원에 이르는 차입금 부담과 중국공장 부실, 고임금·저생산성 문제로 더블스타 외에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했다. 우선매수권을 보유했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역시 SI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채권단과 금호산업도 찾지 못한 투자자를 타이어뱅크가 확보했다는 주장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③ 중국공장 분리매각, 노조 주장 반복 불과

타이어뱅크는 국내 공장만 인수하고 중국 공장은 더블스타가 가져가면 된다는 인수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해외매각 반대를 고수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노조 주장과 같다.

금호타이어 부실의 진앙지는 중국 공장이다. 금호타이어는 남경, 천진, 창춘 등에 중국 공장을 운영 중이다. 2006년부터 2009년 빚을 끌어모아 현지 투자를 단행했으나 가동률이 이를 받쳐주지 못했다. 채권단은 부실해소를 위해 2010년 이후 8000억원을 직·간접 지원했지만 중국법인 정상화에 실패했다.

중국법인만 분리 매각하기도 어렵다. 금호타이어 금융채권 2조4000억원 중 7000억원은 중국법인에 물려있다. 이마저도 본사 보증으로 얽혀 있다. 통매각 외에는 금호타이어 정상화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타이어뱅크는 "광주 공장만 따로 떼서 영업하면 된다"는 노조 주장을 반복하는데 그쳤다.

④ 애국심 호소 정당한가? "정치논리 개입할라"

IMF 금 모으기 운동을 언급한 김정규 회장은 일자리 보호를 위해 국민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지역 정치인들과의 접촉을 통해 해외매각 반대 지지와 세금지원을 이끌어내려는 노조 행보와 일맥상통한다.

일자리 보호라는 당위성을 부여했으나 결국 정치 논리로 금호타이어에 혈세를 투입해달라는 말과 같다.

냉정히 말하면 금호타이어는 국가 경제를 떠받쳐온 국민기업이 아니다. 최악의 경우 청산절차를 밟아도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가 있어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금호타이어가 생산 중인 항공기 타이어도 특별한 기술은 아니다. 한국 및 넥센타이어는 일정 수준의 투자를 병행하면 항공기 타이어 제조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방산사업을 외국기업에게 맡길 수 없다면 관련 부문만 따로 떼서 국내 업체에 매각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중국 공장 부실 및 고임금·저생산 문제로 경영위기가 심화된 민간기업은 스스로가 살길을 찾아야한다. 금호타이어를 살리고자 조 단위의 혈세를 낭비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

금호타이어를 살리려면 차입금 해소 및 시설투자에 당장 조 단위 자금투입이 필요하다. 1조원은 54㎡ 규모 공공임대주택 1만 가구(땅값 제외)를 새로 지을 수 있는 돈이다. 광주 공장 일자리와 임금 수준을 지키겠다고 대우조선 때처럼 국민세금을 쏟아부어선 안 된다는 여론이 거센 이유다.

⑤ 인수의지 있나, 뜬구름 인수계획 발표 의도는

타이어뱅크의 금호타이어 인수 계획 곳곳에 허점이 발견되면서 갑작스러운 발표가 기업홍보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노조가 인수를 희망하는 국내기업이 있다고 주장한 뒤 금호타이어 사태는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현 시점에 인수계획을 발표하면 타이어뱅크 입장에서 막대한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인수의지의 진위여부를 단언할 수 없지만 이번 발표로 타이어뱅크의 인지도가 크게 오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금호타이어의 최종적인 운명에 따라 타이어뱅크 역시 평가가 엇갈릴 전망이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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