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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정부개헌안 5대쟁점] 검사 영장청구권 삭제 놓고 갈등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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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 검-경, 한국당-경찰, 여-야 3각 구도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한 청와대 개헌안 공방이 검찰과 경찰, 자유한국당과 경찰, 여·야간 3각 갈등 양상으로 불거지면서 복잡한 구도로 확산할 조짐이다.

일각에선 이들의 과도한 공방전이 국민 이익과 국민 주권에는 안중에 없고 오직 밥그릇 싸움과 진영 논리에 빠진 행태가 아니냐는 따가운 시각도 없지 않다.

세계일보

문무일 검찰총장


26일 정치권과 검·경 등에 따르면 청와대가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규정을 삭제한 개헌안을 발표하자 현직 검사들은 검찰 내부통신망(이프로스)에 개헌 반대 글을 올리며 공방전의 총성을 울렸다.

서현욱(43ㆍ사법연수원 35기) 서울중앙지검 공판1부 검사는 지난 21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헌법상 검사 영장청구 조항 삭제에 우려를 표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개헌안을 비판했다.

즉 “국민을 지금보다 쉽게 수사하는 것이 검찰개혁으로 둔갑돼선 안 될 것”이라며 무분별한 영장청구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인권보장 장치인데, 이를 삭제하는 건 문제라는 취지에서다.

많은 검찰들이 서 검사의 글에 댓글로 지지의견을 표시하면서 검사의 영장청구권 삭제에 반대를 거들고 나섰다.

검찰의 반발이 알려지자 경찰 간부들은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5·16 쿠데타 이후 헌법에 기습적으로 들어간 조항”이라며 “인권보호 운운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특히 경찰들은 “국민기본권 보호를 위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건 법관의 몫이어야 한다”며 “경찰이 신청하면 인권침해이고, 검찰이 청구하면 인권보호라는 건 말이 안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비리 수사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미친 개’ 논평을 매개로 자유한국당과 경찰간 공방으로 확산됐다.

세계일보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


즉 자유한국당 장제원 대변인은 지난 22일 같은 당 소속인 김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에 대해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며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경찰을 맹비난했다.

경찰은 이에 내부 커뮤니티 등을 통해 “대한민국 경찰을 ‘몽둥이가 필요한 미친 개’ ‘정권 사냥개’로 만든 데 대해 14만 경찰관은 모욕감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라며 장 대변인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세계일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그러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경찰의 집단 반발을 “자유당 시절 백골단 행태”라며 비판한 뒤 “일부 간부들의 행태를 보니 (독립적인 영장 청구권 부여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들 수밖에 없다”고 거들었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이에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획·공작·편파 수사가 아닌, 법과 원칙에 따른 지극히 정상적인 수사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논란”이라며 모욕적인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즉 “경찰이 공작·기획·편파 수사를 한다는 주장에 기초하고, 이를 전제로 영장청구권이나 수사권 조정에 대한 기존 당론을 재검토하겠다”는 주장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는 거다.
세계일보

세계일보

일선 경찰들이 자유한국당 장제원 대변인이 울산시장 측근비리 수사와 관련해 ‘미친 개’ 논평을 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자유한국당 홍 대표의 발언과 관련, “입법권을 무기로 상대를 협박하고 힘으로 주저앉히겠다는 매우 폭력적인 방법”이라고 비판하며 야당을 비판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삭제를 둘러싼 개헌안 공방이 검·경간의 갈등을 넘어 경찰과 야당, 여·야간 대결 등 복잡한 구도로 전개되면서 끝없는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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