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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대통령 개헌안’ D-1, 與野 줄다리기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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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헌안’ 26일 발의…공은 이제 국회로
與野 지방선거 동시투표·권력구조 개편 두고 입장차 계속

여야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25일에도 여전히 개헌 관련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해외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26일 전자결재로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앞서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국회가 아직까지 개헌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개헌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야당을 향해 “대통령 개헌안을 두고 정쟁거리로 삼지 말고, 개헌 주도권 싸움 대신 공당의 책임감으로 당론 개헌안을 제안해 달라”고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일방적 발의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자유당 시절 개헌, 유신 헌법 시절 개헌, 5공 시절 개헌 등 독재정권 시절 개헌 밖에 없었다”며 “문재인 정권이 추구하고 있는 헌법개정쇼는 사회주의로 체제 변경을 시도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문재인 정권의 지방선거용 관제 개헌 음모를 즉각 중단해 달라’고 했다.

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3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광장에서 열린 제3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 옆에 앉았던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추·홍 대표의 대화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당시 추 대표가 홍 대표에게 “개헌안이 뭐가 마음에 안 드는가”라고 묻자 홍 대표는 “아니다. 다 마음에 든다”고 했는데, 추 대표가 이에 “개헌안 말이다”라고 재차 확인하니 홍 대표가 “아, 그 얘긴 하지 말자”고 말했다고 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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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헌안 부결’ vs. ‘국회 합의안 발의’
문 대통령이 26일 개헌안을 발의하게 되면 현행 법상 국회는 60일 이내에 이를 표결해야 한다. 이를 두고 두 가지 관측이 나온다. 우선 현재 국회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야권이 대통령 개헌안을 부결시키는 방안이 있다. 개헌안을 두고 여야 대립이 첨예한 상황이므로, 여야가 결국 개헌안과 관련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결국 대통령 개헌안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일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개헌안을 부결시키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관측은 여야가 어떻게든 국회 합의안을 만들어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시키는 것이다. 청와대는 앞서 국회가 합의해 개헌안을 발의할 경우 대통령 발의안을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與野, 개헌안 발의 주체·시기, 권력구조 두고 ‘팽팽’
그러나 현재는 합의가 요원한 상황이다. 일단 대통령 개헌안과 관련해 야4당은 거부 입장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개헌은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여야 협상에 진척이 없으니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박범계 대변인은 “지난 1년 동안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가동해서 준비해 왔지만, 어느 하나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동시 투표하는 것은 모든 국민과 약속이고 모든 분들과 합의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겠느냐”고 했다.

개헌안 발의 시기에 대해서도 대립이 팽팽하다. 민주당은 늦어도 5월 초에는 개헌안을 발의해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 투표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당은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만료 시점인 6월 말에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내용면에서도 여야는 맞서고 있다. 핵심 쟁점은 권력구조 및 대통령 권력 분산 문제다. 민주당은 대통령 개헌안에서 제안한 ‘4년 연임 대통령제’를 지지하는 입장인 반면, 야권은 이에 대해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등 야권이 제시하는 대안은 ‘책임총리제’를 통한 분권형 대통령제다. 권한을 확대한 총리의 선출(추천) 권한을 국회가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관제개헌 막는 야권연대 해야”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문재인 관제개헌 발의 관련 긴급간담회’를 열고 다른 야당들을 향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함께 합동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 차원의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21일에도 야권을 향해 개헌정책협의체를 제안한 바 있는데, 이날 이를 재차 요청한 것이다.

조선일보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문쟁니 관제개헌 발의 관련 긴급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개헌안 발의를 비판하고 있다. /뉴시스


김 원내대표는 “지금 이 사태는 독불장군 문재인 정권의 개헌 폭거라고 밖에 달리 볼 수 없다”며 “진정성도 예의도 없는 개헌안을 국회에 던지는 정권과, 이를 좋다고 떠안는 민주당은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민주평화당·정의당은 앞서 김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두 당은 야권만의 ‘4당 협의체’가 아닌 민주당을 포함한 ‘5당 협의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민주평화당·정의당 등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편에 소극적 태도를 보일 경우 야권연대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 문제는 문 대통령도 관심을 보여온 사안이므로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핵심 쟁점인 개헌 시기와 총리 선출방식이 마지막 협상의 ‘키’가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이 두 쟁점과 관련해 의견 접근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헌정특위는 26일 전체회의에서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게 된다. 또 여야는 27일 교섭단체 대표 회동을 갖고 각당 원내지도부와 헌정특위 간사가 모인 ‘2+2+2 협의체’ 관련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논의 기구를 통한 막판 ‘빅딜’로 국회 개헌안이 합의될 가능성도 나온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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