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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검경 수사권 조정 앞두고 경찰엔 '황운하發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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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검찰이 수사권 조정을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경찰 내 대표적인 수사권 독립론자인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 황 청장이 부임한 이후 울산지방경찰청이 잇따라 검찰·정치권 등과 연계된 사건을 다루면서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 내부에서도 부담스럽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21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일행 3명을 보안 검색 없이 비행기에 탑승시킨 혐의로 울산공항 관계자 2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최근 (황운하) 울산경찰청장 행태를 보니 경찰에게 검찰과 동등한 수사권을 주었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참 어이없는 하루”라고 비판했다. 이어 홍 대표는 “소수 검찰의 사냥개 노릇도 참고 견디기 힘든데 수많은 경찰이 떼거리로 달려든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하다”면서 “다시 당론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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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오른쪽)의 모습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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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는 그동안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개헌을 통한 경찰의 직접 영장청구권 부여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경찰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한국당 소속인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도 논란이다. 울산경찰은 지난 16일 아파트 건설사에 대한 외압 의혹과 관련, 울산시장 비서실·건축주택과 등 울산시청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간 날은 김 시장이 한국당으로부터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받는 날이었다.

특히 황 청장이 지난해 9월과 12월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울산시장 후보인 송철호 변호사를 두 차례 만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더욱 커졌다. 황 청장이 송 변호사와 만난 직후 경찰의 야당 후보 측근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송 변호사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부산·울산 지역 등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한국당은 22일 ‘울산 경찰 정치공작 게이트’를 주제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세에 나섰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평소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강하게 주장한 황 청장을 사냥개로 이용하기 딱 좋은 환경의 경찰이었다”며 “이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 목표와 정권의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이라는 이해가 일치해 경찰이 사냥개를 자임하고 나선 정치공작임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부임한 그는 ‘고래고기 환부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검사 출신 변호사인 A씨의 전관예우 의혹을 제기하는 등 검찰과도 대립각을 세워왔다.

경찰 입장에서는 악재(惡材)가 됐다. 최근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에서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규정이 삭제되는 등 수사권 조정에 있어 경찰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제1야당인 한국당이 당론재검토를 논의하면서 분위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울산경찰의 수사에 대해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에 근무하는 한 고위 간부는 “이번 수사는 시기가 좋지 못했고 논란이 있어 안타깝다”며 “정치권·검찰 등 외부에서 ‘강압 수사’, ‘표적 수사’ 등을 얘기하며 수사권 조정을 정치적인 용도로 활용할 빌미를 제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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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서울 시내 경찰서의 한 총경은 “본청에서도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접견이나 모임에 나가지 말라고 하고, 특정 예비후보의 힘을 실어주는 모임에는 가지 않고 있다”며 “지방선거와 개헌안이 나오는 민감한 시기에 (황 청장이)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울산경찰의 수사와 황 청장의 결정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도 나온다. 서울의 한 총경은 “경찰이 불법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서, 특정 시기(지방선거)라고 수사를 안 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했고, B 경감은 “황 청장은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영장청구권 확보 등 경찰의 수사개혁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라며 “소신 있는 수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방경찰청의 한 경무관도 “정치적 판단을 했다면 아예 수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당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야기를 끼워 맞춘 것 같다”며 “사소한 문제로 수사권 조정 운운하는 홍 대표가 치졸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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