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中 공산당 경제 외교 안보 문화 전면 지배...'정부는 집행기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제⋅외교⋅안보⋅개혁 黨 영도소조, 위원회로 격상...인터넷 만리장성도 당이 관리
영화⋅드라마 수입통제도 당 선전부로 이관…시진핑, 24명 정치국원 첫 인사평가
“일당체제 강화 현대국가로 가는 길 역행” vs “당⋅정 분리로 실패 옛소련 전철 피한다”

중국 공산당이 정부에 대한 장악력을 전면적으로 높인 ‘당과 국가기구 개혁 심화 방안’이 21일 공개됐다. 지난 2월말에 열린 당 19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9기 3중전회)에서 결의된 이 개혁안에 따르면 경제 외교 안보 교육 문화 모든 면에서 당의 국가지배를 강화하는 개편안을 연말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당 총서기로는 처음으로 최고 지도부를 구성하는 정치국원 24명에 대한 인사평가를 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작년 10월 19차 당 대회 직후 정치국원들이 시진핑에 서면 보고하는 시스템을 만든데 이은 것이다. 시 주석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관철’ 등 7개 기준에 따라 업무 평가를 한 뒤 추가 요구사항을 지시했다.

집단지도체체 하에서 동급중 1인자에 머물던 당 총서기가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1인자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내 장악력을 높이는 동시에 당의 국가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식의 ‘시진핑 1인 권력체제’ 다지기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정치 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이번 당⋅정 기구개편안을 두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일당 체제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대국가가 걸어온 전형적인 길과는 다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이 정책을 만들고 정부부처는 집행하는 시스템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셰엔메이 가베칼드래고노믹스 연구원)는 것이다.

하지만 “당과 정부의 분리로 몰락한 옛소련의 길을 밟지 않으려는 것이다. 서방에서 주장하는 권력분리가 늘 좋은 이념은 아니다”(리퉈⋅李拓 국가행정학원 교수)는 반박도 있다.

이번 개혁안의 당 중앙기구 개혁 심화 부분 첫머리는 지난 20일 폐막한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에서 통과 시행된 헌법 개정안 본문에 삽입한 “중국 공산당 영도(領導)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라는 대목으로 시작한다. 시 주석이 작년 10월 19차 당 대회 보고에서 언급한 “당정군민학(黨政軍民學)과 동서남북중(東西南北中) 모든 곳에서 당이 영도해야한다”는 대목도 강조됐다.

시 주석이 조장을 맡고 있는 경제⋅개혁⋅외교⋅사이버안보 관련 당 영도소조 4개가 모두 위원회로 격상된다. 리퉈 교수는 “영도소조는 임시적인 조직 성격이 강하지만 위원회는 더 강한 권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허 부총리 ‘경제 차르’ 예고 신호탄...왕치산 외교 권한 격상

위원회로 격상되는 중앙재경(財經)영도소조는 시진핑 집권이전에는 총리가 맡아왔던 조직이다. 소조의 판공실 주임은 이번에 부총리에 오른 시진핑의 경제책사 류허(劉鶴)가 맡고 있다. 때문에 중앙 재경위원회로 확대되는 건 류허가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치고 실질적으로 경제를 총괄할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중국 '경제 차르'로 불리던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가 부총리 시절부터 막강한 경제총괄 권한을 가졌던 것에 비유되기도 한다.

시진핑이 당총서기에 오른 2012년 이후 신설하고 본인이 조장을 맡은 중앙전면개혁심화 영도소조와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 영도소조도 위원회로 급(級)이 올라간다. 류허 부총리는 올 1월 다보스포럼에 중국 대표로 참여해 “개혁 개방 40주년이 되는 올해 국제사회의 예상을 뛰어넘는 개혁 개방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특히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 위원회는 공업신식화부(공신부)가 관장하던 인터넷 만리장성 ‘그레이트 파이어월’까지 관리하게 된다고 SCMP가 전했다. 그레이트 파이어월을 책임지는 ‘국가 컴퓨터망 정보안전관리중심’을 공신부로부터 넘겨받기로 한 것이다.

중앙외사(外事)공작영도소조의 위원회 격상은 이번 전인대에서 국가부주석에 오른 왕치산(王岐山) 전 당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지낸 양제츠(楊潔篪) 정치국원의 외교라인 역할 확대를 시사한다. 현재 이 소조의 조장은 시진핑으로 부조장은 국가부주석이, 소조의 판공실 주임은 양제츠가 맡고 있다.

이번 전인대에서 국무위원으로 승진한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양제츠의 지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왕치산-양제츠-왕이 외교라인이 형성되는 것이다. 중앙외사공작위원회는 또 중앙해양권익보호공작 영도소조를 흡수하기로 했다. 남중국해 분쟁 등의 관리까지 맡기로 한 것이다.

국가공무원국이 당 조직부로 흡수되고, 당 조직으로 중앙심계(審計⋅감사)위원회와 중앙교육영도소조가 신설되고, 중앙당교와 국가행정학원을 합치는 것도 당의 국가 지배를 공고히 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의 전면적인 장악력 강화는 시 주석이 부쩍 강조하는 중국 특색의 발전노선을 가겠다는 것이지만 개혁개방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이 정한 노선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덩샤오핑이 1978년 개혁 개방을 천명하면서 내세운 4개 원칙중 하나가 ‘당의 영도’ 견지다. 하지만 덩은 개혁 개방 과정에서 당의 전면적인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1983년 ‘당의 영도에 있는 공장장 책임제’에서 당의 영도를 삭제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위협론 맞설 투트랙...선전부⋅통전부 권한 확대

이번 기구개편에서는 서방의 ‘중국 위협론’에 맞설 체제도 구축한다. 당 선전부와 통일전선부(통전부) 권한 확대가 그것이다.

당 선전부는 신문 방송 출판 영화 모든 미디어의 감독권을 국가신문출판총국에서 넘겨받는다. 영화나 드라마 수출입 심의도 당이 직접 맡겠다는 것이다.

또 국무원의 지휘를 받던 관영 CCTV 중국국제방송국(CGTN) 중국인민라디오방송(CNR), 중국국제라디오방송(CRI) 을 ‘중앙라디오TV본부(中央廣播電視總臺)’로 통합하고 이를 선전부가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 기구 개편안에 따르면 CCTV와 CNR, CRI 명칭은 대내적으로 그대로 두지만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소리(中國之聲·Voice of China)’로 통일해 부르기로 했다.

당 선전부는 사상 검열은 물론 이들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등 당과 정부의 이데올로기를 널리 전파하고, 우호적인 여론 형성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방에서 중국 ‘샤프(sharp)파워’의 숨은 조종자로 알려진 통전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민족 종교 화교 관리에 전면적으로 나선다. 국무원 산하인 국가민족사무위원회가 통전부에 보고하도록 지휘시스템이 바뀌었고, 국가종교사무국과 국무원 화교업무판공실도 통전부 소속이 된다.

통전부의 전면 등장도 덩샤오핑의 노선과 궤를 달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 용’을 고립시키고자 하는 이유는 해외 화교들과는 달리 소련 정부의 지원 아래 공산 반란군을 이끄는 해외 러시아인들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조언을 받아들인 덩샤오핑은 드러내 놓고 해외 화교들을 관리하는 것을 중단했다. 서방에서 통전부가 미스테리 조직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 선전부와 통전부 권한 확대는 최근 중국이 자본력을 활용해 해외에서 샤프파워를 행사하고 있다는 중국 위협론이 고조되는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다. 중국 위협론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작년 말 ‘미국 민주주의를 위한 기금’은 중국 등의 권위주의 국가들이 협박과 교묘한 여론·정보 조작을 하는 ‘샤프파워’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개혁안은 이번 기구개편을 2018년말까지 마무리하고 성(省)이하 지방정부급의 관련 기구개편은 2019년 3월말까지 기본적으로 완비한다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