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투표층의 이동… 4년전엔 40代, 이번엔 60代 이상]
전국 226곳 시·군·구 중 110곳, 60대 이상 유권자가 30% 넘어
의성·고흥 등 4곳은 50% 이상
지방선거는 총선이나 대선보다 투표율 낮아 60대 이상 영향력 커
60세 이상이 30% 넘는 지역, 전체 82개 郡 중에서 76곳
21일 본지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안전부의 2월 주민등록인구로 유권자를 연령별로 조사한 결과, 전체 유권자 4210만여 명 중 60대 이상이 1075만여 명으로 25.2%를 차지했다. 이어 40대(20.3%), 50대(19.9%), 20대(17.4%), 30대(17.2%) 순이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선 40대(21.7%)가 가장 많고 60대 이상(21.6%)이 다음이었으나 순위가 바뀌었다. 60세 이상이 최대 유권자 집단으로 부상한 것은 2016년 총선 때로, 당시 처음으로 40대 유권자 수를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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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26개 시·군·구 중에서 60세 이상이 30%를 넘는 지역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 90곳에서 올해 110곳으로 20곳이나 늘어났다. 40~50%인 곳도 54곳으로, 2014년 38곳에서 크게 늘어났다. 40%가 넘는 지역들은 20·30·40대를 합친 유권자보다 많아 사실상 60세 이상이 선거 판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선거는 총선이나 대선보다 투표율이 훨씬 낮은데, 60세 이상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투표 비율이 훨씬 높아, 실제 유권자 비율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실제 60세 이상이 지방선거 투표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유권자 비율보다 5%포인트가량 높은 경향이 있다.
◇군 단위는 93%가 60세 이상
유권자 중 60세 이상이 30%를 넘는 지역이 전체 82개 군(郡) 중에서 76곳이나 된다. 광역시의 도농(都農) 지역인 부산 기장군, 대구 달성군, 울산 울주군과 대도시 주변에서 신흥도시로 뜨고 있는 경북 칠곡, 충북 증평·진천을 제외하고는 모두 60세 이상이 좌우한다. 강원의 11개 군(郡)을 비롯해 충남·전북·전남·경남 등 5개 도(道) 지역의 모든 군(郡)들에서 60세 이상이 전체 유권자의 30%를 넘는다. 이 지역들은 모두 2030세대를 유권자 수로 압도하고 있다. 2030세대를 위한 정책이나 공약보다 60세 이상을 위한 정책이나 공약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한국도 고령 대국 일본처럼 '실버민주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선거가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정치'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북 의성군의 경우, 전체 복지예산(990억원) 중 노인 복지예산이 619억원(63%)이다. 이 중 65세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예산이 475억원이다. 기초연금 예산만으로도 아동(92억원)·장애인(68억원)·여성(16억원)·청소년(6억원)예산보다 훨씬 많다. 행복택시도 운영해 버스정류장에서 멀리 사는 노인들에게 싼값으로 택시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경북 군위군도 노인예산(260억원)이 전체 복지예산의 65%가량이다. 특히 대부분 지역이 노인들을 위한 경로당을 리(里)에 한 곳씩 설치하는데, 이곳은 경로당이 209곳으로 리 숫자보다 30곳 더 많다. 군위군 관계자는 "선거 때면 경로당 등을 활성화시켜달라는 요구가 많기 때문"이라며 "경로당에 에어컨 설치와 각종 전문가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군들도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를 비롯해 노인 공동주택, 노인 건보료 지원, 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금 지원, 간병비 지원, 목욕·이발비 지원, 이동 목욕탕 순회 등 다양한 노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도 실버민주주의 진입
실버민주주의 폐해는 복지 혜택의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 65세 이상 70%에 월 최대 21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올해 예산이 12조원으로, 보육예산과 아동수당을 포함한 전체 아동복지예산(6조5000억원)의 두 배가량이다. 건강보험도 노인 비중이 13%인데도 이들이 쓰는 진료비는 전체 진료비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건보료를 계속 올려 막대한 노인 진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젊은 세대와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얘기다. 국민연금도 노인 세대는 낸 돈의 4~5배를 받지만, 현재의 젊은 세대는 2~3배만 받는다. 연금 재정이 악화되면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 간 갈등을 빚어 일본처럼 젊은이들의 연금보험료 납부율이 절반으로 떨어질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대 간 투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정치권 일부에선 18세부터 투표권을 주자는 주장도 나온다. 18세 인구는 현재 61만명이지만 저출산 여파로 4년 뒤에는 47만명으로 줄어든다. 18·19세가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 2.8%에서 2024년부터 2.0%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 60세 이상은 현재 1075만명에서 4년 뒤 238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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