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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지역코드’ 담은 대통령 개헌안…‘지역정서’ 못 읽는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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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항쟁, 5·18’ 이어 ‘수도’…행정수도 탄력 충청권 후끈

홍준표 대표 “온갖 사건 다 넣어 헌법을 누더기로” 평가절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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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사흘 일정으로 발표 중인 대통령 개헌안에는 무수히 많은 ‘디테일’(세부사항)이 숨어 있다.

특히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분권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시기와 맞아떨어지면서 개헌안은 지역별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선언한 21일 2차 발표에서는 물론 전체 개헌안을 관통하고 있는 열쇳말로 ‘지역코드’가 꼽힌다.

지난 20일 헌법 전문과 기본권·국민주권 분야 개헌안 발표 때도 일부 지역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현행 헌법 전문에 명시돼 있는 3·1운동과 4·19 등 전국 단위의 역사적 저항운동에 더해 대통령 개헌안에 1979년 부마항쟁,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계승해야 할 이념으로 명시하기로 한 발표 때문이었다. 지역언론에는 “부마항쟁, 개헌안 전문에 포함”(부산일보), “개헌안에 5·18 정신 새긴다”(전남일보) 등이 1면에 실리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헌법이 공식 인증하는 ‘민주화의 성지’라는 의미가 있어 부산·경남, 광주·전남 지역 시민단체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둘째 날인 21일 청와대 발표의 하이라이트인 ‘수도(首都) 조항 명문화’에는 충청권이 달아올랐다. 충청권에서는 기대했던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에는 다소 못 미친 안이라는 아쉬움이 나왔지만 헌법 개정을 통해 이 지역의 ‘행정수도 위헌 트라우마’를 씻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는 의미는 크다. 공을 넘겨받은 국회에는 더 큰 압박이 되는 셈이다.

22일 정부형태 등 권력구조 개헌안 발표에서도 중앙권력에 가려져 있던 지역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조항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장은 지난 13일 대통령 보고에 앞서 “지역대표의 의견이 중앙정부에 투입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역별 대표 숫자가 동일한 상원을 입법부에 도입하는 양원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에 준하는 지역대표 확대 조항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현행 헌법 130조 가운데 지방자치 조항은 단 2개에 불과하다”면서 “관련 조항은 물론 헌법 전반에 걸쳐 청와대가 지방의 권한을 키우는 데 고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발의에만 비난을 집중하느라 개헌안에 숨어 있는 디테일을 찾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지역 감수성’에 대한 몰이해만 노출시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전략 수립을 위한 중진·상임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개헌은 땡처리 상품도, 원플러스원도 결코 아니다. 쪼개서 팔아야 할 것도 아니다”라며 “국민을 마트에 장 보러 나온 사람들처럼 개헌 시식코너에 줄 세우려 하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홍준표 대표는 전날 “이 정권의 지방선거용 개헌이라는 것이 명확해졌다”면서 “온갖 사건들을 다 넣어서 전문을 먹칠하려는 시도는 헌법이 아니라 누더기”라고 평가절하했다. “좌파적 입장에서만 의미 있는 사건 나열”(정태옥 대변인)이라는 말도 나왔다. 한국당이 자신들의 주요 기반인 부산·경남의 부마항쟁에 관한 정서를 고려치 못한 감정적 비난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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