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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뉴스&분석] `노사대등`까지 헌법에…靑 과잉개헌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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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 '대통령 개헌안' 공개 ◆

청와대가 오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헌법 전문(前文)과 기본권 부분을 20일 공개했다.

지난 13일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헌 자문안에서 예고된 것처럼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항쟁 등 세 가지 민주화운동 이념을 헌법 전문에 명시했다. 기본권과 관련해서는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 양극화 해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동자의 기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하며 "국민이 중심인 개헌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 등에선 개헌 취지 자체가 왜곡돼 있다는 비판이 많이 나온다.

헌법은 기본적으로 국가 운영의 근간을 담는 그릇이다. 그래서 개헌을 논할 때 특정 정부, 특정 세력의 가치와 이념을 최대한 배제해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개헌안에는 편향성 강한 내용이 많이 담겼다는 지적이다. 헌법 전문에 민주화운동 이념을 넣은 것이 대표적이다. 당장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전문에 근현대의 모든 사건을 주저리주저리 넣을 필요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또 내용에서도 좌파적 입장에서만 의미 있는 사건을 나열함으로써 대한민국 전 국민의 헌법이 아니라 좌파 세력만의 헌법"이라고 비판했다.

또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도 반하는 개헌 시도가 엿보인다. 노동자 측에 편향된 권리 강화 관련 조항이 그것이다. 이날 청와대가 공개한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헌법에 넣겠다는 대목을 예로 들 수 있다.

청와대는 노동 조건 결정 과정에서 힘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이 개념에 대해 "노사가 대등한 조건에서 교섭해야 한다는 것은 현행 노동 관련 법에 입법돼 있는 것을 헌법으로 격상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사 대등'이 노동 관련 법령에 들어 있는 것과 국가 운영의 근거이자 하위 법령에 영향을 끼치는 헌법에 있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라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헌법 조항에 이러한 대목이 들어갈 경우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사실상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노동이사제의 도입·강화 등 노동자 경영 참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 같은 개헌은 근본적으로 나라를 바꿔놓겠다는 의욕 때문에 부작용이 예상되는 '과잉' 개헌이 될 것이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위 법령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 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고 이미 규정하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에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넣겠다는 것은 사족"이라며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이미 노사 대등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개헌안에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수준의 임금'을 명시한 것도 논란거리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소위 '지식 근로'에 대해선 업무 가치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평가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위해선 정규직 중심의 고임금 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하는 등 노동개혁도 시급한데 이러한 부분은 배제된 채 노동자 권리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치명적인 시장 왜곡의 염려도 있다는 평가다.

[장용승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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