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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부마항쟁 포함…이념적 개헌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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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 '대통령 개헌안' 공개 ◆

청와대가 20일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에선 헌법 전문(前文)에 6·10항쟁, 5·18민주화운동, 부마항쟁 등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의가 포함됐다. 다만 이들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두고 전 국민적 공감대가 모아졌다고 단언하기 힘든 상황에서 갈등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이 중심인 개헌'이라는 이번 대통령 개헌안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청와대는 당초 전문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촛불시위는 역사적 평가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 포함하지 않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물론 법적·제도적 공인이 이루어진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전문에 명기된 민주화운동은 4·19혁명뿐이다.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돼 있다. 이번 개헌에서 4·19혁명 외 이들 민주화운동까지 전문에 명기하기로 한 데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1987년 6·10항쟁 당시 부산 국본(민주헌법쟁취 국민본부) 상임집행위원을 맡았다. 또 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6월항쟁이야말로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사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아야 할 운동"이라며 "6월항쟁은 직선제 개헌의 목표를 쟁취할 때까지 시종일관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운동을 전개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개헌안 전문에 부마항쟁까지 포함한 것을 두고선 논란이 예상된다.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평가되는 5·18민주화운동과 6·10항쟁을 두고서도 일부 국민이 역사적 의의에 동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박정희 정권 당시 항거인 부마항쟁까지 헌법 전문에 포함하는 것은 무리 아니냐는 것이다.

부마항쟁은 1979년 10월 부산·마산 지역을 중심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독재에 반대한 시민들이 벌인 항쟁이다. 당시 경찰력으로 진압이 어려울 정도로 시위 규모가 커지자 정부는 부산 일원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공수부대 병력을 투입해 시위 군중을 해산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부마항쟁의 역사적 의의에 대해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5·18운동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못하는 국민도 있다"면서 "헌법 전문에는 3·1운동 정신처럼 국민 모두가 포함돼야지, 이념적 가치를 강조할 경우 대한민국 헌법이 아닌 일부 국민의 헌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촛불시위는 포함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결국 제외됐다. 조 수석은 "촛불시민혁명은 현재 진행 중이라는 측면에서 (전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1987년 6·10항쟁 정도의 평가가 있어야 헌법에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대통령 개헌안에선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명시한 조항을 삭제하며 향후 검찰 개혁 의지를 재확인했다.

현행 헌법 제12조에선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조 수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곤 헌법에 영장 청구 주체를 규정하고 있는 나라가 없다"고 삭제 배경을 밝혔다. 다만 "관련 규정 삭제는 영장 청구 주체 관련 내용이 헌법 사항이 아니라는 것일 뿐, 현행법상 검사의 영장 청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이 헌법에서 삭제되더라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인정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그대로 유효하다"고 했다.

청와대 측은 이번 개헌으로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독점하고 있는 사법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도 내비쳤다.

조 수석은 "헌법에서 검찰 영장청구권이 유지되면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삭제되면 (국회에서) 논의 개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경찰에게도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려는 목적으로 관련 조항 삭제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검찰은 물론) 사법경찰관까지 영장청구권을 갖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강화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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