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6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결과를 보고받고 영장 청구 여부를 고심해 왔다고 한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구속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 두 명이 연달아 구속될 수 있고, 수사가 상당히 이뤄진 만큼 불구속 수사를 해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것은 여러 요소를 고려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우선 뇌물수수액이 110억 원대에 달할 정도로 혐의가 중한 데다 혐의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이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받은 10만 달러를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듯하다. 여기에다 이미 구속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다른 공범이나 다른 형사사건과의 형평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의 형사사법 시스템은 범행의 최종적 지시자이자 수혜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 것을 원칙으로 해 왔다"며 "이 전 대통령의 혐의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당시 적용한 혐의와 비교해 양과 질에서 가볍지 않다는 점도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문 총장이 최근 주재한 대검찰청 간부회의에서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에 반대한 간부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검찰 내에선 대체로 의견일치가 이뤄진 것 같다. 그동안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 핵심 측근들의 자백이나 진술 그리고 영포빌딩에서 압수한 청와대 문건 등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혐의 사실은 대부분 실체를 드러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그런데도 이 전 대통령이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해 검찰의 영장 청구를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입장 자료를 통해 "구속 영장 청구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정치검찰을 비롯한 국가 권력이 총동원돼 진행된 '이명박 죽이기'로 이미 예상됐던 수순"이라며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한 만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것 같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판단부터 재직 당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17억 원과 삼성이 대납한 다스 소송비 60억 원 등 110억 원대의 뇌물수수, 다스의 3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및 탈세 등 주요 혐의들을 놓고 사실관계와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 의견을 충분히 듣고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사실이 어느 정도 소명되는지, 증거인멸의 우려는 없는지 등을 형사소송법의 원칙에 따라 엄정히 살펴봐야 한다. 물론 전직 대통령이라 해서 법 앞에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 전 대통령 측이나 검찰 모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 이전에 언론을 상대로 한 홍보전이나 신경전을 벌여 오해를 사는 행위도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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