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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가계부채·수출악화·기업규제…경제주체들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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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GDP 대비 부채비율 94.4%, 실질임금 증가율 끌어내려
정부, 미국발 무역전쟁 여파로 경제 성장 부정적 영향 우려
기업, 임금 비용 증가·법인세 인상에 따른 투자 둔화 불가피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조은임 기자] 세계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 경제만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미국발 무역전쟁으로 인한 수출악화 우려, 가계부채 문제, 기업규제 등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부정적인 요인들이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 모두에 산적했다는 평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같은 우려를 드러냈다.

19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4.4%로 전 분기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2014년 2분기를 시작으로 14개 분기 연속 상승해 조사 대상 국가 43개 가운데 7번째로 상승률이 가팔랐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도 증가속도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가계부채 급증은 실질임금 증가율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지난해 실질임금 증가율은 0.8%로, 2011년(-2.9%)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고 밝혔다. 실질임금은 전체근로자 1인당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실질화한 수치로 근로자들의 구매력과 직결된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년 만에 3%대로 올라섰음에도 가계는 빚을 갚느라 쓸 돈이 없다는 의미다. 현재 민간소비는 경제 성장속도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 한은 등에 따르면 2016년 가계부문 최종소비지출은 690조6000억원으로 2007년(582조4000억원) 이후 10년간 연평균 1.9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연평균 3.33%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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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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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으로부터 촉발된 세계 무역전쟁은 한국의 수출을 줄이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요인으로 꼽혔다. 이 총재는 "미국의 보호무역조치로 인한 올해 대미수출 감소 규모는 전체 통관 수출의 약 0.3% 내외"라고 추정했다.

그는 "과거 사례를 보면 보호무역조치는 그 절차가 시작된 이후 약 3년 정도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철강 수입제한 조치가 원안대로 확정되고 미국의 통상 압력이 더욱 강화될 경우 우리 수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전쟁이 한국의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무역전쟁이 확산하면 수출의 성장 견인력이 크게 약화하면서 한국 경제 성장에 치명적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은 2016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2월 수출 증가율은 4%에 머물렀다.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수출 증가율이 예상치를 하회했다. 연구원은 올해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겠지만 증가폭은 5.9%로 지난해(15.8%)보다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2.8%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9%로 상향 조정하는 보고서를 지난 13일 발표했지만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수준인 3.0%를 유지했다.

OECD는 지난해 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비용 증가나 법인세 인상 등에 따른 투자 둔화, 지정학적 긴장 등은 한국 경제의 성장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올들어 이 같은 불안 요인에 대한 개선이 없었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전세계로 빠르게 확장돼 수출절벽 가능성에 대한 대응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인 미국의 관세 인상과 이에 대한 보복 관세 인상 등이 반복되면서 글로벌 관세전쟁이 전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정부, 산업단체, 기업의 비상계획 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및 법인세 인상 등 기업에 부정적인 정책으로 인해 경영 환경도 나빠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업들이 연간 12조1000억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종업원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부담이 8조6000억원에 달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중소기업 및 영세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이 폭증했고 제도의 불합리성으로 저임금 근로자가 아니라 대기업 고임금 근로자가 더 큰 혜택을 보는 경우도 생겼다. 최저임금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노동계의 반대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정부가 올해 법인세 최고세율은 22%에서 25%로 인상한 것도 기업에는 큰 부담이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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