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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성추행 의혹 교수 두번째 극단적 선택에…남성들 "무고죄 강화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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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남성들 SNS에 "무고죄 형량 가벼워 무책임한 폭로" 주장
전문가 "본말 전도된 현상"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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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학생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가 지난 17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배우 조민기씨 이후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의 두 번째 극단적 선택이다. 이에 일부 남성들은 "무고죄 형량을 올려달라"는 등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무고'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1716건 청원글이 검색됐다. 이 중 일부는 '무고죄 폐지'를 청원하는 내용의 글이었지만 상당수는 '무고죄 형량 강화'를 청원하는 게시글이었다. 특히 한국외대 교수 사망보도가 나간 지난 17일 이후 무고죄 형량 강화를 주장하는 글 30여개가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한 청원글은 "무고죄 형량이 터무니없이 가벼워 여성들의 무책임한 폭로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 작성자는 "친구가 전 여자친구로부터 성폭행 고소를 당했다"며 "교제 중 합의하에 가졌던 성관계를 헤어진 뒤 문제 삼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는 무고죄의 형량이 너무 가볍고 무고를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역이용한 것"이라며 "친구의 삶은 나락으로 추락했다. 무고죄 형량을 강화해 제 친구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페이스북 페이지 '성균관대학교 대나무숲'에는 '무고에 관하여'로 시작하는 글이 게시됐다. 글 게시자는 "과거 합의된 성관계 후 성폭행 소송을 당해 300만원에 합의해 줬어야 했다"며 "그 후로부터 성관계를 가진 사람들하고는 늘 음성 녹음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고죄 폐지는 말도 안 된다. 형량을 늘려 죄 없는 사람이 벌 받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게시물엔 녹취물의 증거능력을 설명하는 댓글 등 작성자의 의견에 동조하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이와 같은 현상을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실장은 "본말이 전도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장 실장은 "오늘날 미투 운동은 개인과 개인의 문제가 아닌 평등과 구조의 문제"라며 "무고죄, 펜스룰 등에 매몰되는 것은 미투 운동 본질이 아닌 지엽적인 사건들만 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일부 가해자로 인해 남성 전체가 잠재적 가해자로 몰린다는 생각에 억울할 수 있다"면서도 "남녀가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그동안 잘못된 문화를 미투 운동으로 변화시킨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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