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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野 모두 "대통령 발의 안돼"...개헌 놓고는 1與4野 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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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 총리제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한국당의 ‘개헌 로드맵’을 계기로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가운데, 여권(與圈)과 야권(野圈)은 개헌 국민투표 시기, 개헌안 발의 주체, 국무총리 선출방식(권력구조 개편)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공약한 대로 6·13 지방선거 투표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같이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개헌 발의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4당은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국회에서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헌안을 발의해야 하고, 따라서 개헌 시기는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 권력 분산과 관련해 여권은 총리 선출 방식을 현행대로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가 인준해야 한다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권은 국회가 추천 또는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사안에선 여권과 보조를 맞춰온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개헌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입장을 달리하는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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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헌법자문특위원회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에서 정해구(오른쪽에서 둘째) 위원장 주재로 마지막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내 삶을 바꾸는 개헌, 국민헌법’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왼쪽 사진). 14일 오후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 서 있는 사람)가 대구 수성구 한국당 대구시당 강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한국당 국민개헌 대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회주의 문재인 관제개헌’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오른쪽 사진) /오종찬 기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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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6월 선거·개헌 동시에” 野 “개헌 시기 조정 가능”
청와대와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국회의 개헌 발의를 촉구할 것이나 국회가 이 마지막 계기까지 놓친다면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개헌 발의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는 것은 국민과 한 약속”이라며 “한국당이 개헌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즉각 개헌논의의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6월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여권은 이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진정되지 않으니, 헌법에서 보장한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권을 행사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민주당도 국회에서 합의안이 나오면 좋겠지만, 제때 나오지 못하면 대통령의 발의권 행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로부터 보고 받은 자문안 초안을 토대로 대통령 개헌안을 확정짓고, 오는 21일 이를 발의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가 의결해야 하는 절차를 고려해, 지방선거 투표일(6월 13일)로부터 역산했을 때 21일에는 개헌안을 발의해야 어느 정도의 숙의를 거친 뒤 지방선거 투표일에 개헌 투표도 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여권에서는 “동시 투표를 하지 못하면 (투표를 두 번 해야 하니) 혈세가 낭비된다”, “이번 지방선거 때 동시 투표 기회를 놓치게 되면 단체장과 대통령의 선거주기를 일치시키기 어렵다” 등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반면 야권은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헌안 내용에서 여야가 의견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상당한 만큼 국회에서 좀더 숙의한 뒤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현재 국회에서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 등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진행 중인데,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오히려 개헌 논의가 막힌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중차대한 개헌을 (여권이) 뭐가 그리 급해서 시간에 쫓기듯 얼렁뚱땅 적당히 넘기려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한국당은 6월 국회에 여야 합의로 국회 개헌안을 발의하고, 9월 이내에 국민투표를 하자고 제안했다. 다른 야당들도 6월 개헌 투표를 원칙으로 하지만, 국회 상황 등을 고려해 시기는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與 ‘대통령’ 野 ‘분권’ 방점…‘총리 선출’ 놓고 대립
여야가 개헌 내용면에서 가장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방식이다. 여야 모두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보인다. 그러나 국정 운영의 2인자인 국무총리 선출 방식 등 각론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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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개헌안 협상 등을 위해 회동하고 있다. 이들은 전날(13일)에 이어 이날도 개헌과 관련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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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삼권분립에 입각한 대통령 중심제’(청와대), ‘분권과 협치를 강화하는 방향의 대통령제’(민주당) 등을 정부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정의당은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되 국회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권은 대통령 중심제에, 야권은 분권(국회 권한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야권은 책임총리제를 실시해 총리의 권한을 키우고, 총리 선출 방식 역시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가 인준하는 현행 방식이 아닌, 국회가 추천 또는 선출(혹은 국회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의 동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히자 여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무총리 선출 관련 문제는 권력구조와 직결된 문제”라며 “(야권이) 권력구조의 문제를 분권형 대통령제·혼합형 대통령제·국무총리 추천권 등 여러 가지로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총리) 선출이든 추천이든 모두 사실상 국회에서 총리를 선임·임명하겠다는 것”이라며 “국회는 국민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국회를 위한 개헌을 하자고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도 했다.

◇文대통령, 21일 개헌안 발의할까
문 대통령이 예고한대로 21일에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할지는 미지수다.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되면 정국이 경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21일 이전에 국회에서 개헌 협의의 틀이 가동될 가능성, 청와대가 대통령 개헌안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절차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가정해보면 문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를 미룰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 한국당이 하고 있는 것은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를 못하게 하려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니다”며 “야당은 국민들이 원하는 개헌에는 관심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는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당시 다른 후보들도 공약했던 사항”이라고도 했다.

한 야당 관계자는 개헌을 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야4당이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다 반대하는데, 설사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도 통과될 리가 없지 않느냐”며 “대통령 발의는 ‘당·청이 개헌을 하려고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 ‘야당이 발목 잡아서 결국 개헌이 안 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줘서 지방선거에 유리하게 써먹으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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